사립학교법을 제정한 취지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사학의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법의 전문(前文)에 그렇게 씌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상은 사학의 자주성도, 공공성도 매우 낮다. 초·중등의 45%, 대학의 80%가 사립학교일 만큼 공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도 불구하고 그 두 가지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큰 문제다. 특히 자주성은 기껏 설립자나 재단의 자율성 쯤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갖가지 비리와 문제점이 발생하고 툭하면 분규와 점거농성사태가 빚어진다.■ 특히 대학재단의 운영은 주먹구구다. 인사나 회계관리를 투명하게 하는 대학이 그리 많지 않을 정도다. 남편은 이사장, 부인은 총장 식으로 학교 운영을 가족들이 주무르는 곳에 공공성 앙양을 주문하는 것은 연목구어일 것이다. 특히 등록금을 설립자의 비자금으로 쓰는 곳이 많아 최근에도 한 대학총장이 재단돈 308억원을 횡령하거나 부당하게 쓴 사실이 드러났다. 재단 이사장이 재단돈 12억원을 횡령한 경우도 있다. 한 민간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당국의 감사를 받은 38개 사립대에서 적발된 손실금이 2,017억원이나 된다.
■ 사학비리가 자주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개인의 부도덕 때문이지만,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인 사립학교법에도 문제가 많다. 1963년 제정 이래 2000년까지 28번 개정을 했는데도 독소조항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해소는커녕 규제조치가 반전된 경우도 있다. 쟁점은 언제나 똑같았다. 법개정안이 나오면 법적 규제가 사학의 자율성을 위축시킨다는 반론이 거세다. 16대 국회 시절인 2001년에도 여야 의원들의 발의로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사립학교를 직접 운영하거나 재단의 비호를 받아 온 의원들의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도 하지 못했다.
■ 최근 교육혁신위가 마련한 개정안은 3분의 1 미만으로 규정된 이사회의 친인척 이사 선임비율을 20%로 제한하고 있다. 1999년에 삭제됐던 공익이사제도 부활시키고 비리연루자의 복귀를 원천 봉쇄했다. 사실 사학재단은 공익자금을 기탁한 신탁자로서의 지위에 그쳐야 하며 그 역할도 공익 신탁재산의 관리와 모금에 한정돼야 마땅하다. 초점은 결국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법을 개정하라는 각계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다. 개혁을 강조하는 17대 국회에서 사학의 공공성을 앙양하는 개정조치가 차질없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임철순 논설위원실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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