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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경영,클린코리아]<中>'윤리근육'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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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경영,클린코리아]<中>'윤리근육'을 키운다

입력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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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외국계 제약사에 합격한 홍모(23)씨는 출근 첫날 빨간색 표지의 윤리경영 실천 서약서인 '레드북'에 서명하라는 인사부의 얘기를 듣고 내용을 살피다 깜짝 놀랐다. 뇌물 수수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금지 등의 윤리 경영 철학과 구체적인 실천방안 등이 열거된 서약서엔 비윤리적인 행동을 했을 경우 곧 바로 해고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다. 레드북 조항을 어겨 회사를 떠난 경우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서명하며 A씨는 입사신고식을 마쳤다.

최근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윤리 경영을 선언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미비, 실질적인 클린컴퍼니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클린컴퍼니는 선언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실천방안과 함께 '윤리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듯, 옳은 일을 하고 존경 받는 행동을 하며 정직하게 사는 법 또한 배우고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클린컴퍼니가 되기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전문가들은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실천의지를 꼽고 있다. 지난해말 전경련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기업의 윤리경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공적인 윤리경영의 정착을 위한 조건으로 64%가 'CEO의 의지'를 지적했다.

CEO가 먼저 윤리경영 전도자로 실천하고 독려해야 다른 임직원도 따른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 이건희 회장은 '편법을 써 1등을 하느니 5등이라도 정도를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LG 구본무 회장도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1등을 하려면 정도경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윤리경영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실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윤리헌장이나 강령 뿐 아니라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우리의 약속 30가지', 신세계의 '10대 윤리행동규범' 등이 그 예다. 3M의 윤리규정 매뉴얼은 더욱 구체적이다. 정부관료에 대한 접대나 선물은 지위고하, 횟수, 양에 상관없이 금지하고 있다. 사업상 상대방에게 받을 수 있는 금품과 향응은 연간 50달러를 넘지 못한다. 커피와 도넛만 예외로 인정될 정도로 엄격하다.

인프라 구축엔 윤리경영 실천 전담조직 및 인력 배치 등도 필수다. 재계에선 포스코와 한화종합화학이 기업윤리실천사무국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윤리경영실을 두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75명의 기업윤리실천리더를 임명, 다른 임직원의 귀감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한전은 신입사원이 회사생활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할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신입사원 윤리후견인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윤리경영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을 통해 임직원의 윤리의식이 이완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모든 포스코 임직원의 신분증 뒷면에는 '윤리의식 자가진단표'가 붙어있다. '지금 하는 행동이 공개돼도 부끄럽지 않은가?', '타인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등의 5가지 항목을 항상 확인토록 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직원들도 월·목요일마다 컴퓨터를 켜면 초기화면에 법규준수 자기점검 항목들이 자동으로 실행돼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지난해부터 윤경포럼을 결성, 운영하고 있는 산업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클린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윤리가 바로 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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