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펼쳐진 BMW의 X3 신차 발표회.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을 표방한 X3 이미지에 맞춰 새롭게 단장된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이브닝 드레스 차림의 도우미가 행사장을 안내했다.신차발표회가 시작되자 180도 반원 스크린에 사계절 영상이 펼쳐졌다. 봄 장면에서는 아카시아 향기가 행사장에 퍼졌고 겨울 화면에선 천정에서 인공 눈이 내리기도 했다.
어느새 'X'자로 디자인된 무대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무대 뒤에 있던 X3가 장막을 뚫고 나오자 여기 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날 식사는 하얏트호텔 수영장을 통째로 빌려 진행됐다. BMW코리아 김영은 이사는 "신차발표회의 성공이 곧 제품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는데다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성장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사의 신차발표회가 갈수록 화려해 지고 판매·전시장도 점점 대형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수입차 마케팅이 상류층을 상대로 한 것인 만큼 당연한 것이라고 보면서도 결국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서울지역 딜러인 더클래스 효성이 최근 서울 강남대로 뱅뱅사거리에 문을 연 전시장은 벤츠 신차 전시장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1,300여평으로 아예 자동차 전용 빌딩으로 설계됐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초호화 세단인 마이바흐 신차발표회도 16일 국내 최초의 6성 호텔인 서울 W호텔(워커힐호텔 옆)에서 열릴 예정이다.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초호화 슈퍼 럭셔리카인 마이바흐의 판매가는 '57'(5.7m)모델이 6억원, '62'(6.2m)모델이 7억2,000만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롤스로이스의 국내 딜러인 HBC코오롱도 최근 서울 청담동에 전시장을 열고 7월 1일 프리미엄급 명차 '팬텀'(가격 6억5,000만원)을 공식 출시한다.
이처럼 수입차 시장이 갈수록 고급화, 대형화하는 것은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세계 자동차 회사가 앞다퉈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5월 수입차 누적 등록대수는 8,525대로 지난해 동기(7,819대)에 비해 9.0% 증가했다. 이미 대부분의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는 수입업자(임포터) 대신 100% 자사 법인을 설립, 직접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호화 신차발표회와 대형 전시장 비용은 결국 최종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수입차의 국내 판매가는 해외 가격보다 높고 2배 가까운 경우마저 있다. 물론 옵션과 사양이 다르고 나라마다 다른 배기가스기준 등에 따른 추가비용 등도 있어 일률적 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C320의 경우 미국 판매가가 4,300만원대(환율 1,164원 적용)인 반면 국내 판매가는 7,000만원을 넘는다. 렉서스 LS430도 미국에선 6,400만원대에 팔리고 있지만 국내에선 1억790만원대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대형화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고마진 구조에도 한 원인이 있다"며 "앞으로 수입차 시장에선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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