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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횡령에 징역5년…옥살이는 짧고 돈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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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횡령에 징역5년…옥살이는 짧고 돈은 영원하다?

입력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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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법무법인 최모 변호사에게 30대 벤처기업 간부였던 A씨가 찾아온 것은 2001년. "40억원 정도 횡령하면 감옥에서 얼마나 살겠느냐"는 A씨의 물음에 최 변호사는 무심코 "자수를 하고 전과가 없다면 약 5년 정도일 것"라고 답해 줬고, A씨는 "그것밖에 안 사느냐"며 기분좋은 표정을 한 채 돌아갔다. 이후 몇 달 지나지 않아 A씨는 실제로 회삿돈 40억원을 빼돌렸다. 가족은 미리 해외로 보냈고, 6억원가량만 변제한 채 나머지 횡령금은 "다 써버렸다"고 버티는 바람에 검찰도 찾아내지 못했다. 4년 6월 형이 확정된 A씨는 수감 중 종교에 귀의, 모범적인 생활을 한 덕분에 올가을 가석방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횡령은 남는 장사?

횡령범에 대한 낮은 형량과 횡령금 몰수의 어려움 등을 이용, 아예 감옥행을 각오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횡령사범들이 늘어나고 있다.

14일 대검에 따르면 횡령사건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 2002년 한해 동안 피해액은 8,097억여원(1만664건)에 달했으나 이중 회수액은 234억원에 불과했다. 회삿돈 1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S건설 회계담당 직원 B씨를 구속기소한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동남아 국가에는 아예 한국인 횡령범을 위한 환치기 사업이 성행하고 있어 횡령액을 모두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횡령사범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지만 이런저런 정상이 참작돼 수십억대 횡령범은 5년, 수백억대 횡령범에게는 10년 안팎의 징역형이 선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완전범죄를 노리진 않지만, 낮은 형량 탓에 '거액 횡령은 남는 장사'라는 위험한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멍 숭숭 뚫린 법

허술한 가석방 제도도 문제다. 현행법상 횡령, 사기 등 공공의 재산이 아닌 개인간 재산피해는 추징을 선고할 수 없다. 추징을 선고받은 경우 추징금 완납 전에는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없으나, 횡령사범들은 모범적인 수형생활만 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최 변호사는 "상당수가 초범이고, 수형생활도 우수해 가석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횡령사실이 알려질 경우 주가하락 등 피해를 우려한 기업이 사건을 덮어버리는 것도 원인이다. 최 변호사는 "횡령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삿돈을 분산해 관리하고 통장이나 도장은 각각 다른 사람이 맡도록 하는 등 기업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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