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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4/프랑스, 잉글랜드에 극적인 2-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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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4/프랑스, 잉글랜드에 극적인 2-1승

입력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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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이 지나고 전광판의 시계가 멈췄다. 잉글랜드의 1―0 리드. 6만5,000여 관중이 '승부는 끝났다'며 일어설 즈음 지네딘 지단(프랑스)의 원맨쇼가 시작됐다. 지단은 인저리 타임 1분께 얻은 23m 프리킥을 그림 같은 동점골로 연결했고, 2분 뒤 티에리 앙리가 얻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차 넣어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단이 왜 FIFA선정 올해의 선수인가를 입증하는 데는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손에 쥐었던 승리를 날리며 3분 사이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한 스벤 고란 에릭슨 잉글랜드 감독은 "갑자기 프리킥 한 개와 페널티킥 하나가 우리의 저녁을 망쳐 놓았다"며 저주를 퍼부었다.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14일(한국시각) 포르투갈 리스본 루즈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04 B조 1차전에서 지단의 활약에 힘입어 천신만고끝에 잉글랜드를 2―1로 꺾었다. 프랑스는 B조 1위에 오르며 A매치 19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프랑스는 초반 공세를 펼쳤으나 오히려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잉글랜드는 38분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쪽 프리킥을 프랭크 램퍼드가 헤딩골로 연결, 난공불락이던 프랑스 골문의 빗장을 열었다. 프랑스가 12경기 1,078분 동안 이어오던 A매치 무실점 기록이 깨지면서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이었다. 반격에 나선 프랑스는 앙리에게 잇달아 크로스를 연결하며 만회에 나섰으나 오히려 후반 28분 페널티킥을 허용,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웨인 루니가 얻은 페널티킥을 베컴이 찼으나 파비앵 바르테즈의 선방에 걸리며 굳히기 찬스를 놓쳐 역전 드라마의 빌미를 제공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PK 실축 베컴 "나를 원망하라"

데이비드 베컴(28·잉글랜드·사진)은 제2의 로베르토 바조(은퇴·이탈리아)가 될까. '킥의 마술사' 베컴이 유로 2004 프랑스와의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 홈팬들의 맹렬한 비난을 받고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꽁지머리' 바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단 한번의 실수로 우승컵을 브라질에 넘겨준 바조는 당시 홈팬들의 극심한 성토를 받았고, 이후 축구인생에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베컴은 이날 전반 38분 그림같은 크로스 패스로 선취골을 이끌어냈다. 이어 후반 28분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페널티킥 찬스를 맞았다. 상대 골키퍼는 1년 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던 파비앵 바르테즈(33·마르테유). 베컴은 달려들며 오른발로 골문 왼쪽을 향해 킥을 날렸다. 하지만 베컴을 잘 알고 있는 바르테즈는 다이빙하듯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볼을 막아냈다. 이 한번의 실축은 베컴과 지네딘 지단(32·프랑스)의 운명을 갈라놓은 분수령이 됐고, 결과적으로 잉글랜드의 역전패를 낳은 빌미가 됐다. 베컴은 홈팬들의 분노가 쏟아지자 "모두 내 책임이다. 나를 원망하라. 나는 이 보다 더 힘든 일도 이겨냈다"며 애써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베컴은 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상대 선수를 걷어차 퇴장 당하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플레이로 홈 팬들의 분노를 샀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내일의 하이라이트

독일―네덜란드(D조, 포르투, 16일 오전 3시45분, MBC)

'죽음의 조'로 불리는 D조의 초반 판도를 가름할 빅매치. '전차군단' 독일(FIFA랭킹 8위)은 이 대회서 3차례 우승과 2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만년 우승후보다. 대형스트라이커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지만 미드필드진이 강해 실전에선 늘 좋은 성적을 낸다.

미하엘 발라크가 공격을 주도하고 신예 케빈 쿠라니와 고공공격이 뛰어난 미르슬라브 클로제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다. '거미손' 골키퍼 올리브 칸이 지키는 문전도 튼튼하다. 88년대회 우승팀인 '오렌지군단' 네덜란드(FIFA랭킹 5위)도 단골 우승후보. 네덜란드는 루드 반 니스텔루이, 파트릭 클루이베르트 등 최고의 골잡이가 이끄는 막강 공격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한 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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