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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입력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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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가 왕자병에 걸렸다면? 그래서 말끝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읊조리고, 손끝 하나 까딱하기 싫어 옆의 친구에게 귀찮은 일을 일일이 다 시킨다면? 그런데 그 남자친구가 진짜 덴마크의 왕자라면?‘내 남자친구는 왕자님’(Prince & Me)은 바로 이 같은 확률 0%에 가까운 상황을 가정해 만든 판타지 같은 영화다. TV 외화시리즈 ‘섹스&시티’의 여성 연출가 마사 쿨리지가 메가폰을 잡고 ‘모나리자 스마일’을 통해 할리우드의 샛별로 떠오른 줄리아 스타일스가 ‘신데렐라’ 역을 맡아 이래저래 화제를 불러모았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향학열을 불태우는 미국 대학 졸업반 페이지(줄리아 스타일스) 앞에 이상한 덴마크 청년 에디(루크 메이블리)가 나타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술집에 불쑥 찾아와 페이지에게 “가슴을 보여 달라”고 생떼를 부린 것. 따분한 덴마크 왕자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본 “미 여대생의 가슴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떠벌린 TV CF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어쨌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이후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멋있는 왕자님 보여주기, 이에 황홀해 하는 여대생의 공주님 만들기에 전력을 다한다. 에디가 프로포즈를 하면서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자, 손바닥에서 나비가 날아 오르더니 그 밑에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가 놓여있는 식이다.

에디가 유럽 왕실의 붉은 제복을 입고 말을 탄 채 페이지의 손을 잡아 들어올리는 장면에선, “와~” 소리가 절로 날 법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왕자님 이야기를 하는 감독의 속내는 도대체 모르겠다. ‘슈렉’은 알 수 없는 시대의 왕자ㆍ공주 이야기이기라도 하지만, ‘내 남자친구…’의 현실은 영화가 묘사한 그대로 노동자가 파업을 하고 대학생들은 앞날 설계에 바쁜 21세기 지금이다.

판타지가 주는 황홀경에 그냥 취해보라는 걸까. 그러면서 미국생활을 마친 에디가 다시 덴마크로 돌아가 기업농과 영세농이 상생하는 미국식 영농비법을 의회에서 설파하는 것은 또 뭔가. ‘따지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봐주세요’가 정답이다. 12세 관람가. 18일 개봉.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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