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파업 닷새째를 맞는 14일 고려대안암병원 소아과 병동. 입원환자로 대부분을 채웠을 환자 현황판에는 여백이 더 많았다. 소아암, 백혈병 등 중환자가 많은 소아과 병동은 41병상 중 11병상에서만 환자들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 10일 파업 이후 환자들이 속속 퇴원을 한 반면, 입원환자는 받지 않았기 때문. 760명 수준이던 병원 전체 입원환자도 파업 5일째인 지금은 400여명밖에 남아있지 않다. 간호사들의 파업참가율이 30%에 달하면서 3교대를 2교대로 바꿔도 더 이상 환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모 간호사는 "소아환자들은 고열과 경련이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2교대 근무로 피로가 누적됐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고 우려했다.
입원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서울대병원 역시 전체 1,600병상에 1,100여명의 입원환자만 남아있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병상이 빈 상태. 반면 파업 직후 응급실에 온 간질환 환자 김모(43)씨는 "병원측이 입원수속을 밟지 못하게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나마 병상 간호사는 파업인원이 적어 이정도로 입원환자를 유지한다는 게 병원측 설명이다.
외래나 검사쪽은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평소 10분 정도 대기하던 외래진료는 20∼30분으로 늘어났고 거의 대기하지 않았던 방사선 등 검사파트에서도 10∼20분씩 걸리기 일쑤다.
이날 외과 등 수납창구는 평소의 3배가 넘는 130여명이 차례를 기다렸으며 김천에서 올라온 한 중년부인은 "4시간을 기다렸는데 병원측에서 접수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환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보건의료 노사는 이날 오후 열린 교섭에서도 여전히 주 40시간근무 등에서 의견접근을 보지 못하고 설전만 계속했다.
노조측은 "환자불편을 덜기 위해 병원로비농성을 풀겠지만 교섭이 원활치 않을 경우 15일 다시 강도 높은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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