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웰빙(well-being) 상품이 유행이다. 아파트에서부터 우유까지. 몸에 좋다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일반'상품보다 비싸다는 게 문제다. 가격 때문에 주저하면서 상품 진열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웰빙 상품이 아닌 것들은 모두 배드빙(bad-being)인가. 적어도 웰빙이라는 광고 문구를 훈장처럼 달고 있는 상품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웰빙 제품을 소비해야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웰빙 제품을 소비하는 삶은 일반 상품을 소비하는 '일반적인 삶'과 다를 거라는 믿음. 웰빙 제품 자체가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웰빙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행위가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남과 다른 삶을 산다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소비자가 만족한다면야 웰빙이 대단한 기여를 하는 셈이긴 하다.인간은 대체 언제부터 '비교'하기 시작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불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본래 취지가 비교하려는 인간의 본능에 의해 무색해져 버린 순간 웰빙은 베터빙(better-being)이 된다.
남과 달라야 한다는 욕망에 이끌려 똑같은 웰빙 제품을 카트에 가득 채워 넣으면서 서로 닮아가는 사람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남의 카트에 담긴 물건의 목록을 노골적으로 '검열'하는 시선은 그래서 언제나 불안하고 불만에 차 있다. 정말로 '잘' 살고 싶다면 남의 카트를 검열하고 있는 시선부터 거둬들이고 볼 일이다.
/김경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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