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통신업체에 대해 최대 49%로 제한되어 있는 외국인지분소유제한 상한선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를 더 끌어들여 통신업체의 자본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가 국내 기간통신업체의 외국인지분소유제한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가운데, 통신업계 역시 동일한 주장을 펴고 나섰다. 침체된 경제를 선순환으로 이끌고 갈 유효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파급효과가 높은 통신부문에 외국인 투자를 더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은 "지금처럼 통신주가 바닥을 헤매는 상황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제대로 투자를 할 수가 없다"며 "외국인이 통신주를 사들이고 주식 시장이 살아나야 통신 산업 투자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가가 올라야 더 비싼 값에 주식을 발행해 통신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는 주가가 4만원을 하회하면서 청산가치가 더 높은 극단적 상황에 직면했고, SK텔레콤 마저 주가가 18만원대로 추락해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낸 기업임을 무색케 했다. 이들은 모두 '49% 룰'에 막혀 외국인의 추가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KT 관계자는 "수익성 정체도 문제지만 회사 가치가 나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와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에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취임 당시 49% 제한 규정의 완화를 희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49% 규정은 '국가 통신인프라를 외국 자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마지노선'이라는 기존 주장도 만만치 않다. 통신주가 저평가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해 주면 단기 차익을 노린 외국 투기자본이 몰려들어 국부가 유출된다는 지적도 있다. 주무 부처인 정보통신부 역시 "검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대에 뒤쳐진 기계적인 비율 제한보다 외국인 투자의 목적과 실질 지배력 등 그 내용을 따져 기간통신사업의 공익성을 보호하는 정성적 방법이 효과적"이라며 '공익성 심사제도'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공익성 심사제도는 외국인이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을 15% 이상 확보하거나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국가안전보장과 공익성을 미리 따져 허가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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