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만두로 비난 받아 온 제조업체 사장의 자살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 국민을 불신과 불안으로 몰아넣은 식품파동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그는 용서를 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된 자살동기가 무엇인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죽음을 택하는 과정에서 그가 남긴 항의와 억울함의 토로에 더 주목해야 한다.그는 방송의 시사토론과 인터뷰를 통해 불량 무말랭이가 만두소로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한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가 4년째 거래해 온 재료 납품업체는 3번이나 행정조치를 받았는데도 지속적인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행정조치 사실을 모른 채 정부허가만 믿고 거래해 온 처지라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의 문제점도 지적해 유통구조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단가가 똑같으니 불량 재료를 써서라도 이윤을 맞추려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점이 많은데도 식품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완화 일변도였다. 6년 동안 식품에 대한 규제가 100건이나 폐지됐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는 우리나라 식품행정이 외국과 달리 거꾸로 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꼭 필요한 조치까지도 규제 개혁이라는 분위기와 대세에 밀려 손을 놓아 버렸으니 무엇을 위한 개혁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율은 좋지만 그 내용은 분야마다 다를 수 있다. 특히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식품은 업계에 자율을 부여하더라도 문제점을 사전·사후에 충실하게 점검하고 조치할 수 있는 제도를 오히려 유지·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당국은 규정이 없다거나 서로 협조가 안 된다는 이유로 오히려 만두파동을 키웠고, 지금까지도 유해 여부에 대한 과학적 판정을 하지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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