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시원하다."최근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박근혜 대표의 개혁 행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는 주식 백지신탁제도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와 관련, 열린우리당보다 늘 한발 앞선 입장을 내놓는다.
당내에선 이런 그의 행보가 7월 전당대회 출마, 나아가 대권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본다. 4·15총선에 이어 6·5재보선까지 '박풍'으로 당내외 기반을 굳힌 그가 이제 본격 대권도전을 향해 신발끈을 고쳐 맸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11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주식백지신탁제도는 (총선에서) 공약한 사항으로 17대 의원도 예외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치고 나갔다. 우왕좌왕하는 우리당을 일거에 제압해버린 것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가 당론"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당내 이론이 없을 리 없다. 백지신탁제도에 대해선 소급입법이란 점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한구 정책위 부의장은 "17대 국회의원부터 한다면 소급입법에 해당하므로 법률적으로 더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시장경제에 반하는 면이 있는데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당내 한 의원은 "박 대표가 여당과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궐선거 이후 당내 3선급 의원 등 강경파들의 발목잡기가 눈에 띄게 잦아든 것에서 알 수 있듯 반대 목소리는 '찻잔 속의 태풍'격이다. 박 대표도 이러 저런 논란을 앞세우기 보다 "약속한 것은 실천해야 한다"는 식의 쉬운 접근법을 구사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책임 없는 야당이라는 점에서 이것 저것 고려할 것이 많은 여당보다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박 대표의 행보 가운데 또 하나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네티즌들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다. 올 3월 대표경선에 출마하기 직전 미니홈페이지를 열었던 박 대표는 최근 '100만번째 방문하는 분과 데이트를 신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 대표는 7월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출마의사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측근들은 박 대표의 최근의 행보가 전대 출마를 굳힌 상태에서 나온 구상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당내외적으로 리더십의 토양이 구축되고 스스로도 이제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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