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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내를 따라 시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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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내를 따라 시장에 가다

입력
2004.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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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화사하고 6월은 싱그럽다고 표현한다. 초록색 잎사귀 뒤에 새빨간 앵두가 새색시처럼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그보다 조금 더 큰 잎사귀 뒤에 조금 더 통통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미는 게 양버찌다.더위야 7, 8월을 따라가겠는가만은 벌써 온갖 과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다. 하우스 과일이 아니라, 이른 제철 과일들이다. 청매실은 이미 흔하게 깔렸고, 노랗게 몸집을 불린 황매실과 살구가 그걸 바라보는 사람마다 입안 가득 군침이 괴게 만든다. 살구와 매실은 시어야 제 맛이다. 노랗기로 따지면 참외를 빼놓을 수 없다. 너무 큰 참외는 한 손에 들고 먹기 부담스럽고, 꼭 계란을 말아 쥔 주먹만한 개똥참외가 제격이다.

아내를 따라 시장에 가니 온통 사고 싶은 것 천지다. 돈을 주고 사니 당연히 좋은 것만 집어 든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랄 땐 좋은 것은 어머니의 시장 함지박에 담기고, 한쪽이 무르거나 벌레가 갉아 흠이 난 것이 우리 차례였다. 아마 저 과일도 그렇게 시장에 나왔을 것이다. 그래도 나무에 과일이 매달려 익어가는 걸 보고 자랐던 어린시절이 그립다. 그 시절이 우리에겐 낙원이었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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