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가족오락관'이 19일 1,000회를 맞는다. 1984년 4월 3일 첫 전파를 탄 '가족오락관'은 10대 위주의 버라이어티 쇼가 주말 가족 시간대를 점령하다시피 한 요즘에도, 이름 그대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며 변함없이 사랑 받고 있다.그 일등공신으로 '터줏대감' 허참(55)씨를 꼽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첫 회부터 MC를 맡은 그는 1987년 교통사고로 잠시 병원 신세를 졌을 때를 빼고는 단 한 번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남자팀과 여자팀의 게임 대결이 끝난 뒤 그가 목청을 높여 "몇 대 몇"하고 외치는 대목은 '가족오락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 오래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직업이란 게 재미있기가 힘들다는데, 저는 정말 재미있고 신나게 했어요. 그게 장수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죠."
허씨는 워낙 진행 솜씨가 뛰어나 "타고 났다"는 말을 듣지만, 알고 보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이끌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대단하다. 길 가다가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오르면 꼼꼼히 메모를 해두는가 하면, 녹화가 끝난 뒤에는 20년을 함께 한 작가 오경석씨를 비롯한 스태프들과 술 한 잔 걸치며 자체 평가를 하고 다음 방송 기획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동료 연예인들의 도움도 적지 않은데 특히 개그맨 전유성씨는 외국 여행 길에 본 TV 프로그램이나 경험담을 전하는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더 큰 공을 주부 방청객들에게 돌렸다. '가족오락관' 홈페이지에는 방청을 희망하는 주부들의 신청이 쇄도해 요즘도 몇 개월씩 밀려있다. "초창기 방송을 보면 한복 차림의 주부 방청객들이 딱딱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것이 꼭 북한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주부들은 진짜 적극적이에요. 아예 작정하고 놀 준비를 해와서 저희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신나게 춤추던 주부가 세트에서 떨어져 NG가 나기도 했습니다. 허허."
그동안 그의 곁을 거쳐간 여성 MC는 1대 오유경, 2대 정소녀를 비롯해 장서희, 윤지영, 김자영, 전혜진 그리고 지금의 박주아 아나운서까지 모두 16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굴까. 허씨의 대답은 뜻밖에도 "아무도 없다"였다. 오만인가 싶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다들 잘 했는데 누구 한 명을 꼽겠느냐"고 덧붙인다.
허씨는 "방송사에서 그만 하라면 모를까, 마이크를 놓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딸과 함께 온 한 주부 방청객이 '어린 시절부터 이 프로를 즐겨봤어요. 제 딸이 커서 다시 딸을 데리고 구경 올 때까지 진행하실 거죠?'라고 묻더군요. 어이구, 그러려면 도대체 몇 살까지 해야 하나요? 아무튼 힘 닿는 데까지 즐겁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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