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민수에게.참으로 오랜만에 자네를 만났지. 자전거를 타고 서울 중랑천을 배회하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가는 자네와 마주치게 됐지. 고교 시절 이후 연락을 거의 못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금방 알아봤지. 자네는 "자전거에 고글 안경을 끼고 가는 네가 부럽다"고 말했고 나는 "마흔이 훌쩍 넘은 자네가 청바지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가는 모습이 더욱 멋있다"고 화답했지. 자네를 만나니 갑자기 자네와 함께 했던 지난 추억이 확 밀려들더군.
학창 시절 우린 짝꿍으로 처음 만났지. 우린 죽이 맞았고 산울림의 '둘이서'를 같이 부르곤 했지. 겨울 방학 때 경주로 여행을 가자며 나를 설득하던 것을 기억하는가? 우린 경부선 야간열차를 탔고 경주에서 여인숙에 묶었지. 아침에 깨어 마주친 춥고 스산하던 경주의 모습은 나에게 지금도 젊은 날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네. 서울로 올라올 차비가 없어 쩔쩔매던 기억도 생생하다네.
대학에 진학해서도 우린 잠시 만났지. 안양에 있던 자네 학교 기숙사에 묵으며 식사 시간이면 기숙사 식당의 단골 메뉴인 돈가스를 질리도록 먹었지. 이후 우린 어찌하다 보니 소식이 뜸했고 바로 얼마 전 뜻밖의 해후를 했다네.
친구여, 지나간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네. 고교 시절 등교할 때마다 교문에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던 선생님들이 있었지. 그때는 몹시도 싫었는데 이제는 그리워지기까지 한다네. 국어 시간에 수학 공부를 하고, 영어 시간에 국어 공부를 하던 친구들도 그리워지는군. 날렵한 체구를 가졌던 그들은 이제 배가 나왔다며 운동을 열심히 한다네. 세월은 흘렀고 자네와 나의 추억만 빛 바랜 이야기로 남는군. 오랜만에 지난 시절을 회고할 기회를 만들어준 자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 우리의 소중한 우정을 영원히 이어가기를 바라면서… /cir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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