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28·삼성증권)의 플레이스타일은 미국의 스타 앤드리 애거시(35)와 비슷한 베이스 라이너다. 코트 베이스 라인 근처에서 위력적인 좌우 스트로크로 승부를 낸다.그러나 서비스의 속도가 빠른 잔디코트에서는 서브 앤 발리 플레이어(서브를 넣은 뒤 네트로 접근해 상대를 공략하는 타입)로 변신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인지 잔디코트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메이저대회만 보면 2000년 US오픈(하드코트) 16강까지 올랐고, 올해 프랑스오픈(클레이코트) 때도 32강에 이름을 올렸지만 윔블던(잔디코트)에서는 2002년 2회전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런데 윔블던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올해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스텔라아토이스 오픈에서 이형택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잔디코트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이형택이 자신의 스타일(베이스 라이너)을 고수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최근 프랑스오픈 32강까지 진출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이제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해볼만하다"고 장담하는 이형택은 이번 대회 16강, 8강전에서도 각도 큰 백핸드 스트로크와 상대편 코트 라인 부근에 꽂히는 강력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 샷을 앞세워 거침없이 진군했다.
13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대회 4강전에서도 세바스티앙 그로장(프랑스·22위)을 맞아 선전했으나 1―2(7―6<7―4> 6―7<3―7> 2―6)로 역전패를 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형택은 초반 경기를 잘 풀어갔으나 그로장보다 예선 3경기를 더 뛰어 체력이 소진된 탓인지 뒷심부족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상금 2만7,000달러를 챙겨 1995년 투어 데뷔 이래 총상금이 1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형택은 18일부터 시작되는 윔블던 예선전에 출격한다. 주원홍 감독은 "이형택이 스트로크 파워가 업그레이드됐고 기량이 한단계 성숙했다. 자신감이 넘쳐 윔블던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