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탄핵방송 불공정' 보고서 파문 확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탄핵방송 불공정' 보고서 파문 확산

입력
2004.06.14 00:00
0 0

탄핵 방송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한국언론학회의 분석보고서를 둘러싼 논쟁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방송사 노조와 언론 단체 등이 비난 성명을 낸 데 이어 언론학회에 분석을 의뢰했던 방송위원회의 이효성 부위원장까지 보고서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이 부위원장은 11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공정성은 시시비비 없는 중립성이나 초연성, 대립되는 의견의 기계적 또는 산술적 균형과 동의어가 아니다"면서 "언론학회의 연구는 공정성을 수학적 균형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 심의(16일)를 앞두고 개인 견해를 밝힌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방송위원의 직무를 떠나 언론학자로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심의위가 징계를 의결할 경우 방송위 전체 회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위원장의 발언은 보고서의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방송위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논쟁의 핵심은 공정성의 기준이 무엇이냐로 요약된다. 흥미로운 것은 언론학회나 비판 진영 모두 영국 BBC가 채택한 '정당한 불편부당성(Due Impartiality)'을 잣대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비록 지지의 정도가 약해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의견은 균형 있게 처리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자막 내용이나 인터뷰 수, 앵커 멘트 등에서 탄핵 반대 의견이 현저하게 부각된 방송에 대해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이 부위원장은 "BBC 규정에서 언급된 '적절한 무게'란 지배적인 의견을 더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공정하다는 뜻"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실 보도의 공정성이 무엇이냐는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이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언론학회가 두 달 여의 연구를 거쳐 내놓은 분석 보고서도 방송의 편파성 시비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송위가 이 보고서를 수용해 징계를 내리든 그렇지 않든 공정성 시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구에 참여한 일부 교수는 보고서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에 대해 당혹해 하고 있다. 한 교수는 "우리는 방송위에서 의뢰받은 대로 분석 결과를 내놓았을 뿐 '판정단'이 아니다"면서 "보고서가 야당의 총선 실패가 방송 탓이었음을 입증한 것인 양 왜곡하는 한나라당이나, 책임연구 교수의 보수적 성향을 들어 분석 결과까지 폄하하는 측 모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보도의 공정성은 방송뿐 아니라 신문을 포함한 저널리즘 전반의 책무"라면서 "이 보고서를 방송 공격에 악용하는 일부 신문은 자신들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