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낯선박상우 지음
민음사 발행·8,000원
"모든 작가들이 처음 섰던 자리에 이제 비로소 당도한다. 샤갈의 마을, 사탄의 마을, 그리고 사람의 마을." 박상우(46·사진)씨의 네번째 소설집 '사랑보다 낯선'이 선 자리다. 과거에 대한 몽환적인 기억으로 살아가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전망없는 암울한 현재를 보여줬던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를 지나, 작가는 '사랑보다 낯선'에서 인간에 대해 따뜻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박씨가 찾아내는 사람의 향기는 낮고 비루한 삶에서다. '길모퉁이 추락천사'에서 자신을 추락천사로 부르는 여자의 사연은 안타깝다. 불량배들에게 연인을 잃고 강간당한 여자는 과거의 기억에 붙들려 길거리를 헤매다 교통사고로 죽는다. '미친 여자'인 줄 알았던 추락천사의 사연을 뒤늦게 전해들은 남자는 마음으로부터 깊은 용서를 구한다. '마천야록'은 어느 겨울 새벽 동사체로 발견된 룸살롱 접대부 윤소진을 둘러싼 이야기다. 전날 밤 여자와 만났던 이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진술하는 내용이지만, 그 얘기에는 인생에 관한 고백과 스스로에 대한 변명 등이 섞여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죽은 여자에 대한 기억은 비참하다. 그런데 희망이라곤 없을 것 같은 이 여자의 짧은 인생에서 오히려 온기가 느껴진다. 작가가 발견한 사람 냄새다.
작가가 묘사하는 순결한 사람들은 그러나 비정한 현실에 가차없이 희생된다. 천사 같은 인간들을 통해 거꾸로 드러나는 것은 그만큼 가혹한 세상이다. 이것이 박씨가 도착한 사람의 마을이다. 평론가 김민수씨는 박씨의 새 소설에 대해 "명백한 현실로서 존재하는 현대적 삶의 논리, 그 속에서 자기만의 삶의 진실을 꿈꾸는 인간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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