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과 보험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온 생명보험사 투자유가증권 회계처리 문제가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금융감독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장부상의 미(未)실현 이익인 '평가손익'의 배분방식을 보험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되, 주식을 실제 팔았을 때 발생하는 '처분손익'의 배분기준은 현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해당연도의 총손익을 기준으로 주주(회사)와 계약자 몫을 나누도록 돼 있는 현행 평가손익의 배분방식을 올해 결산부터 '당기(해당연도 평균) 책임준비금(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위해 쌓아두는 돈)'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평가손익과 처분손익의 배분기준을 과거로부터의 계약자 기여도를 누적 계산하는 '보유기간 평균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일원화하려던 당초 방침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금감위는 다만 선진국처럼 유배당 및 무배당보험 자산을 명확히 분리해 회계처리하는 '구분계리' 제도를 1∼2년 내에 도입하기 위해 내주 중 재정경제부 등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법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계약자 몫 3조 이상 는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비록 장부상 수치이긴 하지만 유가증권의 평가이익에서는 계약자 몫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경우 주주 몫 대 계약자 몫의 비중이 종전 94대 6에서 45대 55 정도로 역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현행 방식(총손익 기준)을 따르자면 3월 말 현재 삼성전자 주식 등의 평가이익이 주주 몫 6조7,000억원 계약자 몫 1조원으로 처리되지만 변경된 기준(당기 책임준비금)으로는 주주 몫 3조4,000억원 계약자 몫 4조3,000억원으로 크게 바뀌게 된다.
물론 평가이익은 계약자에게 배당할 의무가 없는 단순 회계상 수치이기 때문에 제도 변경으로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은 없다.
하지만 향후 유·무배당 구분계리나 생보사 상장방안을 재논의할 때 계약자 측을 지원하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은 "계약자 몫을 늘려놓을 경우 불필요하게 배당에 대한 기대감만 불어넣는 등 부작용이 큰데 실익도 없이 굳이 제도를 바꾸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금감위, 처분이익은 양보
하지만 실제 배당과 관련된 처분이익에는 손을 못 대게 한 것이 업계의 전리품이다.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생보업계는 그동안 당국의 개선안(보유기간 평균 책임준비금기준으로 처분이익을 나누는 방안)에 대해 처분이익을 과거로부터 누적 계산해 계약자에게 배분토록 하는 것은 소급입법을 통해 보험사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격이고, 과거 계약자의 몫을 미래 계약자에게 이전함으로써 세대간 불균형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며 강력 반발해 왔다.
금감위도 소급입법 등 위헌시비에 대한 부담으로 처분이익 변경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만간 유·무배당 상품 간 구분계리 도입을 통해 보험자산이 결국 누구의 소유인지 분명히 경계선을 긋겠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도 이해 당사자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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