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이냐 김치냐마빈 조니스 등 지음·김덕중 옮김
지식의 날개 발행·1만6,000원
제목부터 소개를 하자. 원제는 'The Kimchi Matters'다. '김치는 영어로 기무치(Kimuch)가 아닌 김치(Kimchi)로 표기하며, 고춧가루 대신 착색료를 사용하지 못한다. 김치의 맛은 맵고 적당한 짠 맛을 지녀야 하며, 신 맛을 띨 수 있다. 색깔은 고춧가루에서 유래한 적색을 띤다.' 국제적으로 용인된 김치에 대한 정의다. 이를 보면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인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세계화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왜 제목에 '김치'가 들어갔을까. 저자들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글 쓰는 사람들은 은유를 즐기는데, 여기서 선택한 것이 바로 김치라는 것이다. 김치는 소금물에 절인 배추를 고추 마늘 생강 등으로 양념해 그 향과 색이 강할 뿐 아니라, 매운 맛을 지닌 한국의 대표적 음식이다. 김치는 고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한국에 국한되는 상당히 지역적인 음식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빅맥을 먹는데, 이는 유례없고 혁명적인 사건이며 세계화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현상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의 교훈 중 하나는 작은 이야기들, 즉 지역 정치와 국지적인 사건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빅맥을 먹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때보다 김치를 잘 알아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김치를 알아야 한다'로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가 않다. 옮김 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번역한 책의 제목을 정하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두 달이나 고민한 끝에 이 제목을 골랐다는 것이다.
'빅맥과 김치'.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이다.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이다. 1998년 여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한국시장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한국은 외환위기 초기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한국언론들은 이 미국회사를 제국주의의 전형이라고 매도했다.
이 책은 세계화가 대세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세계화는 거대한 흐름이며 최근 20년간 국제관계 분야에서 중심 주제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주목을 끌지 못한 사건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만 세계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별로 영향을 못 미쳤을 사건들이 지금은 곧 바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재정 정책, 인도네시아의 부정부패, 사우디아라비아의 안정성 같은 소규모적이고 국지적인 사안들을 예로 들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화를 다룬 책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세계적인 사건들이 아닌 지역적인 사건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차별적이다. 세계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져있는 국가들의 정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나 정책 결정자들이 특정국가나 지역의 독특한 정치적 역동성, 즉 그 지역의 '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입장에 지나치게 경도된 측면이 있지만, 세계화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
이상호/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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