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다 사망한 20대 남성의 사인이 폐혈전색전증이었다는 사례보고는 충격적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 법의관 이호 박사가 '연세메디컬 저널'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4일 동안 컴퓨터 게임을 하다 사망한 이 남성을 부검한 결과 다리 부위에 만들어진 굳은 핏덩어리가 혈관을 막은 것이 직접 사인이라는 것이다. 비행기의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과 거의 같은 것이라는 게 이 박사의 주장이다.그동안 PC방에서 사망한 사례가 4건 있었으나 스트레스나 심장 이상 등으로 추정됐을 뿐 부검을 통해 사인이 폐혈전색전증으로 밝혀진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PC방 사망사건이 모두 폐혈전색전증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이번 사례보고는 생필품화한 컴퓨터의 이용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경각식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컴퓨터 게임이 아니더라도 80시간 동안 꼼짝 않고 무언가에 몰두한다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간단히 치부해버릴 사안이 아니다. 2003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컴퓨터 보급대수는 약 2,700만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컴퓨터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컴퓨터 관련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시력 악화, 두통, 손저림 현상, 거북목증후군(turtle neck syndrome) 같은 컴퓨터 관련 질환은 의학계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업무상 질환의 45%을 차지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도 컴퓨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연사의 원인인 폐혈전색전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면 올바른 컴퓨터 이용습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도 사용습관에 따라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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