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는 11일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4년 6월을 선고받은 박지원(사진)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48억5,200만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돈을 전달했다는 정몽헌, 이익치, 김영완씨의 진술이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중요 부분은 서로 일치하는 만큼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 김영완씨의 해외도피, 관련자 진술 뿐인 증거 등으로 의혹을 증폭시켰던 350억원 규모의 현대비자금 사건에 대한 사실심은 모두 검찰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재판부는 박 전 실장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3,000만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박정구 전 금호 회장에게 수표를 전달했다는 금호 관계자의 진술이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 증거로 인정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난 정권의 실세로 있으면서 자금 사정이 어려운 현대에 거액을 요구, 김영완씨를 통해 치밀하게 돈세탁을 하는 등 정경유착을 통해 국민 경제와 현대의 부실화를 초래했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소명의식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 민족화해와 남북교류 확대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된다"며 "한쪽 눈을 실명한데다 다른 눈마저 녹내장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1심 병합 사건의 양형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 이례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에 불만이 많을 것으로 안다"며 "일주일 내에 대법원에 상고하면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환자복 차림에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왔던 평소 모습과 달리 이날 짙은 감색 양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박 전 실장은 혐의가 인정될 때마다 고개를 떨구기도 했으며 선고가 끝난 뒤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박 전 실장은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와 대북송금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금호아시아나와 SK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2년 6월형을 추가로 선고받고 항소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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