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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덤터기, 슬픈 손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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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덤터기, 슬픈 손만두

입력
2004.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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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요? 아예 없어요.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습니다." 11일 낮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의 한 만두 전문점. 9평 남짓한 가게 앞에 '저희 업소는 만두소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점심시간에 단 한명의 손님도 찾아오지 않았다. 실내 한 구석에는 텅빈 만두 찜통 100여개가 쌓여 있었다.

주인 김모(45)씨는 "여름 비수기에도 하루 매출이 30만원 가량은 됐는데 어제는 고작 4만원어치만 팔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종업원 2명도 그만뒀다"며 "몇몇 악덕업체 때문에 우리처럼 애꿎은 손만두집, 분식집까지 모두 망하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불량 만두 파동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만두전문점, 분식집, 스낵코너 등이 최악의 운영난에 처했다. 불량 판정을 받은 업체는 극히 일부지만 만두 소비 기피 심리가 확산돼 줄파산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악덕업체도 밉지만 사태를 악화시킨 당국과 언론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신촌의 J손만두 전문점 주인 이모(47)씨는 "언론 보도 이후 하루에 1만원어치 팔기도 어렵다"고 탄식했다. 8년째 영등포구청 앞에서 S분식집을 운영하는 노모(40)씨는 "만두는 팔지도 않는데, 덩달아 라면마저 안 팔리니 환장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분식업소 주인들은 특히 만두를 못먹을 음식인양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손만두를 판매하는 최모(50)씨는 "20년간 만두만 빚어 온 나도 만두 속에 단무지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며 "모든 만두가 불량 만두인 것처럼 의심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만두집을 경영하는 김모(42)씨는 "우리 주변에 불량 식품이 얼마나 많으냐"며 "정상적인 만두는 피하고 노상에서 불량 식품을 사먹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불경기, 여름철 비수기에 불량 만두 파동까지 겹치자 아예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서두르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에서 만두가게를 운영하다 최근 가게 문을 닫은 임모(48·여)씨는 "일부 불량 만두 때문에 모든 만두가 '쓰레기' 취급을 당하니 견딜 재간이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안형영기자 ahnhy@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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