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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부끄러움·분노' 책임지는 독일의 역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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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부끄러움·분노' 책임지는 독일의 역사의식

입력
200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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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은 2차 대전의 전환점이 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있은 지 60주년이 되던 날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처럼 연합군 측은 이 작전에서 그 날 하루 만에 3,000명이 넘는 군인들을 잃었다. 예상 못한 총공세에 당황한 독일군은 퇴각 도중 아이들과 여자를 비롯한 마을주민과 레지스탕스들도 인정없이 사살했다.이 끔찍한 역사가 일어난 지 60년 만에 연합군 국가들의 기념식에 최초로 초대 받은 슈뢰더 독일 총리는 당시의 적국 독일을 대표하는 정치가로서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이 연설 속에는 현재의 독일인들이 나치 독일의 과거를 대하는 복잡하고도 세심한 태도가 잘 드러나고 있다.

많은 독일인들은 나치 시대의 과거를 대할 때 "부끄러움과 동시에 분노의 감정을 갖는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나치 독일의 역사적 범죄에 대해 독일의 현세대들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들이 나치 독일의 행위를 바로 자신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저 광포하고 비인간적인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독일이었다"고 말하는 슈뢰더 총리처럼 그들은 그 참혹한 살육이 다름 아닌 자신들의 역사 속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부끄러움만으론 역사적 범죄에 대한 바른 태도가 생겨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과거를 숨기거나 축소시킴으로써 자기를 지키려는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일본 보수 정치가들의 과거에 대한 태도에서 목격한다. 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축소함으로써 많은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분노케 한다. 이처럼 부끄러움은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가해자를 자신만의 편협한 입장에 묶어둘 수도 있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보편적 '분노'의 감정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가 피해자만이 아니라 그 누가 보아도 분노를 일으킬 심각한 범죄행위였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편협한 가해자의 입장은 보편적 인류의 입장으로 확장된다. 나치의 과거에 대해 부끄러움과 동시에 분노를 느낀다는 독일인들은 이를 통해 과거 독일이 저지른 행위가 세상사람 모두가 공분할 만한 비인간적 범죄였음을 인정하고, 그 과거의 후손인 자신들이 그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저 역사에 대한 책임을 잘 알고 있으며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던 슈뢰더 총리는 이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두웠던 과거에 대한 이러한 독일인들의 태도는 역사의 무게를 짊어진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를 준다.

/김남시 독일/훔볼트대 문화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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