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해 설립된 배드뱅크가 협약가입 금융회사들의 비협조와 각종 제약요건들 때문에 겉돌고 있다. 이에 따라 배드뱅크를 통해 최대 110만 정도의 신불자를 구제할 것으로 내다봤던 정부의 당초 계획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10일 배드뱅크 운영 전담기구인 한마음금융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배드뱅크 출범 이후 이달 8일까지 3만2,405명으로부터 채무재조정 신청을 받아 2만5,041명의 채무조정을 확정했다. 이 기간 하루(영업일 기준) 평균 채무조정 신청자는 2,300명으로,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마음금융이 활동을 종료하는 8월20일까지 신청자는 12∼15만명에 그쳐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마음금융 관계자는 "배드뱅크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상당수가 신청을 마쳤기 때문에 앞으로 신청률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신불자들의 참여저조로 설립 취지 자체가 유명무실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드뱅크의 구제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담보 및 보증채무가 있는 신불자는 원천적으로 신청자격이 박탈된 데다 상호저축은행이나 신협,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회사들은 대부분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신청가능 인원 자체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협약에 가입한 금융회사 중에도 더 좋은 조건을 내세워, 배드뱅크로 가려는 고객을 '가로채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마음금융 관계자는 "선납금 3%를 내고 배드뱅크 프로그램에 신청한 사람들이 나중에 신청을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해당 금융회사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채무탕감을 해주겠다며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