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 경제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유럽 및 동남아 국가들도 경기회복조짐은 뚜렷하다. 세계경제의 '온난화' 기류 속에 유독 한국만 소외되는 모습이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동일선상의 '부침(浮沈) 사이클'을 그리던 과거와는 달리, 세계경제는 떠도 한국경제는 가라앉는 '탈 동조화(Decoupling)' 패턴이 사상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9일 한국은행등에 따르면 일본은 이날 1·4분기 실질성장률을 5.6%에서 6.1%(전분기 연율: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1년으로 환산해 4제곱한 것)로 상향조정했다. 지속적 수출증가와 소비지출 확대 속에 작년 4·4분기(6.4%)에 이어 두 분기째 고성장을 확인한 일본경제는 장기침체를 벗어나 본격적 상승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 추세라면 작년(2.7%)보다 높은 3%대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민간 기관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도 1·4분기에 전분기 연율로 4.4%의 성장률이 나왔다. 기업들의 투자확대가 고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28만개를 비롯, 최근 석달 동안 약 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4분기 성장률도 4.5∼5%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며 연간 성장률은 클린턴 행정부 시대의 '신경제'이후 가장 높은 4.7%로 전망되고 있다.
1·4분기 9.7%를 기록한 중국은 과열진정정책에도 불구, 2·4분기 성장률이 두자릿수로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열억제 효과는 하반기부터 나타날 전망이나, 수출과 소비자 구매력확대에 따라 7∼8%대 안정적 고성장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1·4분기 성적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도 못미친다. 1·4분기 한국경제의 실질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5.3%로 비교적 높았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0.8%에 그쳤다. 전분기 연율로 환산할 경우, 1·4분기 성장률은 대략 3.2%로 추정돼 미국(4.4%) 일본(6.1%)에 못미쳤다. 경제규모로 보나, 잠재성장률로 보나 한국의 성장속도가 선진국에 못 미치는 것은 좀처럼 유례없는 일이다.
한은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수출이 늘어 국내경기도 함께 개선됐지만 극심한 내수침체로 이런 패턴이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4월 산업활동동향 결과를 감안할 때 2·4분기에도 전분기 연율 성장률은 미국 일본 등에 못 미치고 '탈동조화'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반대로 갈 것이란 예상은 금리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연준(FRB)의 금리인상이 임박하면서 미국금리는 상승방향으로 움직이는 반면, 국내금리는 연중 최저치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FRB를 따라가던 국내 콜금리는 오히려 인하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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