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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라 브라이트만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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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라 브라이트만 내한공연

입력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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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왕이었다. 8일 오후 8시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크로스오버 보컬리스트 사라 브라이트만은 때로는 위를 향해 뻗은 신전 기둥에 홀연히 서서, 또는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다리 위에 처연하게 걸터앉아, 때로는 하늘 끝까지 이어진 듯한 그네를 타고 등장해, 황홀한 천상의 목소리로 관객의 마음에 감동의 화살을 꽂았다. 7,000여 명의 관객들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여신의 옷인 양 하늘하늘한 레이스를 걸치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등장한 사라 브라이트만은 아라비안 나이트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새 음반 'Harem'의 이미지에 맞게 아라비아의 어느 왕국에 온듯 이국적인 무대를 꾸몄다.

1부에서 그녀는 비운의 왕비였다. 거대한 모래 바람이 밀려오는 듯한 도입부가 인상적인 새 노래 'Harem'으로 시작해 캔자스의 'Dust In The Wind', 퀸의 'Who Wants To Live Forever' 같은 팝 음악을 거쳐, 무대 위에 휘영청 떠 오른 보름달과 무수하게 쏟아지는 별빛 배경으로 'La Luna' 등을 불렀다.

2부는 왕국의 흥겨운 연회였다. 웨딩드레스처럼 화려한 레이스를 무대 아래까지 드리운 채, 흩날리는 빨간 꽃가루를 맞으며 높은 그네에 올라 탄 채 부른 'What A Wonderful World'에서 관객들의 마음은 요동치는 듯 설?고, 전 남편이기도 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서곡과 함께, 무대를 비추던 조명이 순간 꺼지며 일순간 관객을 훑고 지나갈 때 관객들 마음은 '쿵' 하고 저 아래까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빼어난 목소리와 팝, 오페라, 클래식을 넘나드는 다양한 레파토리, 닻 모양을 한 화려한 무대 세트와 다양한 볼거리,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무대 연출, 8명의 무용수,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9명의 밴드, 조명까지 끝나는 순간까지 흠 하나 잡을 곳 없이 딱딱 맞아 떨어진 명연(明演)에 관객들은 두 번의 열렬한 커튼콜을 보냈다. 앵콜곡이 시작되면 관객들이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다른 공연과 달리 그녀가 앵콜에 응하자 2, 3층의 관객들은 무대와 좀더 가까워지기 위해 지층으로 걸어 내려올 정도로 가득 매료된 모습이었다.

그런 관객을 향해 오히려 사라 브라이트만이 "오늘 좋은 喚느?되어 줘서 정말 고맙다"는 공손한 인사를 건넸다. 진정한 여왕의 모습이었다. 이 화려한 공연을 위해 제작진은 100톤 이상의 장비를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기인 안토노프(Antonov)를 통해 공수했다. 세트와 장비 전체를 공수해 온 것은 96년 마이클 잭슨 내한 이후 처음이다. 기획단계에서 49만5,000원(VIP석), 16만5,000원(R석)이라는 고가의 티켓 가격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지만, 사라 브라이트만은 결국 좋은 공연으로 보답했다. 그래서 제 돈 보고 관람한 이들은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고, 초대권으로 관람한 이들은 기쁘면서도 어쩐지 미안한 그런 자리였다. 9일 한차례 더 공연을 가진 그녀는 10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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