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오랜만에 시골의 부모님을 찾아 뵈었다. 서울을 벗어나 달리는 차창 밖으로 뜨거운 초여름의 햇살아래 우리의 부모님들, 우리의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마늘 밭에서 기다란 꼬챙이를 들고 마늘 포기 사이사이를 찌르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처음 보는 풍경에 서울 토박이인 아내는, 농부의 아들인 나에게 무얼 하는 거냐고 물어왔다. 나는 "잘 모르겠다"며 얼버무린 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이 마늘수확 후 재배할 참깨파종작업이란 걸 알게 된 건 며칠이 지나서 였다.
이렇듯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농민과 접점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도 농촌은 눈앞에 보일 때만 존재하고, 돌아서면 일상에 묻혀져 잊혀지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수많은 산업분야의 틈바구니에서, 농업은 이제 멀어져 가고 잊혀져 갈 수 밖에 없는 분야인가에 대해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시기가 아닌가 싶다. 특히 언론의 관심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수입농산물은 스펀지에 물 스미듯 모르는 사이에 식탁을 점령, 입맛을 길들이고 있고 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난해한 낱말들이 보통 명사화해 가는 현실속에서 지난 몇 년간 엄청나게 늘어난 신문지면 속에 농업, 농촌에 관한 기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어쩌다 보도되는 농업관련기사는 도시소비물가의 주범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농산물 가격, 농업협상에 반대하는 농민시위나 구제역 파동, 조류독감 등이었다.
지난 3월, 때아닌 폭설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채소가 망쳐져 농민들이 허탈해 하고 있을 때도 언론에게 더 중요한 건 고속도로의 교통대란이었다.
우리 농산물을 먹는 것이 애국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가격폭락에 배추밭을 갈아엎는 농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굳이 먹고 살기 어려웠던 옛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 땅을 지키고 먹거리를 가꾸어 온 우리 부모님의, 아직도 당신들이 묻힐 땅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농민들의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기사가 될 수는 없을까?
언제부턴가 이 사회의 변방이 돼 버린 농업과 농촌에 대해 여러 산업분야의 애정과 지원의 공감대를 만들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조화로운 미래를 만들어 쾌적한 환경과 땅 지킴이의 소중한 사명을 다했노라고 우리의 자손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말이다.
농업상실의 시대에, 우리의 언론이 농촌과 농업에 좀 더 관심과 따뜻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나만의 욕심이 아니라 확신한다.
/이상식·농협중앙회 원예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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