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통계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취약계층 보호정책의 방향과 과제'는 한 마디로 충격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한 소득 불균형으로 우리나라 국민 중 약 400만명은 당대는 물론이고 다음 세대에도 빈곤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00년 기준으로 전 국민의 8.4%에 달한다. 부자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는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취약하다는 것으로, '빈곤의 덫'에 걸렸다는 지적이다.통계청의 '1·4분기 가계수지 동향'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10가구 가운데 3가구 정도가 가처분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라는 것이다. 가구 당 월 평균 소득은 증가했으나 교육비 식료품비 세금 등이 늘면서 가계 수지가 전반적으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경제 보고서'도 유쾌하지는 못하다. 2009년까지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최고 5.2%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통계들은 우리가 정말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 중 하나가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의 고착화였다. 그런데 갈수록 그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와 같은 국가적 위기는 없을지라도 국민들 생활의 질은 더욱 하락하고 있다.
성장이냐 안정이냐에 대한 논쟁은 필요하다. 기본적인 방향을 명백히 해야 경제가 잘 굴러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논쟁이 자칫 소모적, 비생산적으로 흘러 귀중한 시간과 힘을 허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치열한 경제 전쟁 속에서 한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협조와 이해를 구하고,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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