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8일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공격적 조치를 언급, 금리인상이 예상과 달리 급격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됐다.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통화회의(IMC:International Monetary Conference)에서 위성으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금리인상이 매우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로 단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지속가능한 최대의 성장을 유지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책임과 이를 위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에 관한 FRB 관료들의 발언 중 가장 강력한 것이어서 월가 전문가들은 30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폭이 예상치인 0.25% 포인트를 웃돌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부분은 FOMC가 30일 회의에서 금리를 4년만에 처음으로 0.25% 포인트 인상한 뒤 8월 중 다시 0.25% 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여겨왔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FRB가 지난해의 디플레 우려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플레 우려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인플레 가능성은 경제지표상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올들어 4월까지 4개월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전체 상승률 1.9%를 훨씬 웃도는 연 4.4%로 집계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 물가도 올들어 지금까지 3% 상승, 역시 지난해 상승률 1.1%를 넘어섰다. 임금도 상승추세다. 다만 최근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합의로 다소 진정세로 돌아선 것이 다행이나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 오름세는 여전히 시장의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그린스펀의 발언 직후 한때 유로당 1.2246달러까지 올랐다가 전날보다 0.52센트 높은 1.2269달러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109.63엔으로 0.08엔 올랐다. 반면 유가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37.14달러로 거래돼 전날보다 1.47달러 떨어지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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