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신행정수도로 이전할 국가기관들이 발표되었다. 내용을 보면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등의 주요기관 85개가 옮겨간다. 국세청과 경찰청 등은 서울에 남게 되지만, 명실상부한 수도 이전, 즉 천도(遷都)다. 한 나라의 수도도 때가 되면 옮길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너무 경황 없이 발의되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하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충청지역 표를 의식한 각 당이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결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수도 이전은 백년, 아니 천년의 대계다. 정부에서 내세우는 국토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것말고 고려돼야 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일본은 1990년 천도를 결의하고도, 정치권에서 신중한 논의를 계속할 뿐 지금껏 주저하고 있다. 국격(國格)을 높여주는 고도(古都) 도쿄를 함부로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이 중국의 베이징과 일본의 도쿄를 이어주는 동양의 600년 된 고도라는 점에서도, 천도는 신중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수도 이전을 통일과 관련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야 말로 남북균형 발전이 고려돼야 하고, 지금의 충청 지역이 적지인가를 회의하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법안까지 통과시켜 놓고 뒤늦게, 국가 중대사인 수도 이전은 전문가들의 토론을 거쳐 이전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대학교수 100여명은 최근 '수도이전 반대 국민포럼'을 구성해 수도이전 특별법 폐지를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등 각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의 헌법소원 움직임과 관련하여, 우리는 탄핵 때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 적이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 상태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도록 좀더 신중하게 여론 수렴을 한 후에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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