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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환기자의 왈왈/나눠먹기 잔치로 추락한 무용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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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환기자의 왈왈/나눠먹기 잔치로 추락한 무용축제

입력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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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무용제가 9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고 올해로 25회를 맞은 이 행사는 지난 10여 년 간 정체와 퇴보를 거듭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집안잔치로, 더 나쁘게는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없지 않다.가장 큰 문제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정된 단체들의 경연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이 행사는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창작의 산실이자 무용계의 축제로 성황을 이뤘다. 경연 단체들에게 주는 지원금은 단비가 되어 창작열을 자극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 싶게 까마득한 기억이 되어버렸다. 이 행사 말고도 짜임새 있고 굵직한 무용제들이 등장하고, 이런저런 지원금도 생기면서 매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경연단체 선정과 심사 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수상작 결정도 나눠먹기 식으로 돌아가는 형국이 계속되자 평론가들이 주최측의 안목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따로 우수작을 선정한 적도 있다. “차라리 무능한 한국무용협회는 이 행사에서 손을 떼고 공개 입찰로 전문적인 기획사를 선정해 진행하는 게 해결책”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불신이 깊다.

그래도 행사는 계속되고 있다. 경연에 참가하는 무용가들의 목적은 제각각이다. 지원금 한 푼이 아쉬운 가난한 무용가는 정치적 거래의 혐의가 짙은 심사과정에 의혹을 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참여한다. 재주 있는 남학생 제자가 병역특례가 주어지는 연기상을 받았으면 해서 참가하거나, 교수 임용이나 실적평가가 걸린 발표회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직접 보지 않고 참가자 명단만으로도 수상작을 점치면 얼추 들어맞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점치는 법은 이렇다. A는 몇 년째 교수 임용에 떨어졌으니, 이번엔 반드시 상을 타야겠군. B는 이번에 연기상 못 타면 군대 가야 돼. C는 중진인데 한번 상 받을 때도 됐지. D는 작품은 열심히 잘 하는데 인맥이 약해서 어렵겠고, E는 아무개 인사와 가까우니까 뒤를 봐주지 않을까.

올해 서울무용제의 경연에는 8개 단체가 참가해 16~25일 공연한다. 어떤 작품이 나오고 누가 상을 받든 상관없이 이미 이 행사의 위상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자멸이 뻔하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수상작을 둘러싼 잡음까지 일어나면, 그 시기는 더 앞당겨질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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