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6월10일 미국 소설가 솔 벨로가 캐나다 퀘벡의 라신에서 태어났다. 벨로는 유대-러시아계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소수자로서의 유대계 미국인들이 맞부딪치는 문제들이 그의 작품들에서 흔히 다뤄진 것은 그래서 별난 일이 아니다. 벨로의 성장기 때나 지금이나 유대계는 미국의 소수 인종 집단이다. 그러나 오늘날 유대계 미국인들이 미국의, 그리고 아마도 전세계의 가장 힘센 소수 인종 집단인 것도 사실이다. 유대인들은 유일 초강대국의 금융계, 학계, 언론계, 영화계를 틀어쥐고 세계사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문단도 예외는 아니다. 유대계 작가들은 1940년대 이래 미국 문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벨로는 아이작 싱어, 버너드 맬러머드, 노먼 메일러, 필립 로스, 수전 손택, 에드거 독터로, 신시어 오직, 그레이스 팰리, 조이스 오츠, 체인 포톡 같은 동족 작가들과 함께 '주류적 이방인'의 눈에 비친 미국 사회와 현대 문명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왔다. '오기 마치의 모험' '허조그' '샘러씨가 사는 혹성' 등 일반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소설들을 포함해 벨로의 작품 대부분에는 유대인이 주인공 또는 중요 인물로 등장해 세상을 유대적 정체성의 체로 밭아내며 긴장하고 갈등하고 화해한다.
벨로가 아홉 살 때 부모를 따라 이주해 자라난 시카고는 '오기 마치의 모험'을 비롯한 그의 몇몇 소설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오기 마치의 모험'에서 오기 마치는 "나는 미국인이다. 나는 저 음침한 도시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스스로 배운 대로 규칙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일에 덤벼든다. 나는 내 방식대로 기록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작품을 쓴 뒤에도 생애의 대부분을 시카고에서 보낸 작가가 이 도시를 자신의 '진짜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는 표지처럼 읽힌다. 벨로는 197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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