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요? 제가 바라는 건 평화의 메달입니다."미국의 침공으로 피폐해진 이라크에도 올림픽의 꿈만은 시들지 않는다. 올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하는 이라크 선수는 모두 24명. 이중 24세의 나자흐 알리(사진)는 라이트플라이급(47.7㎏)에 출전하는 유일한 복서다.
귀청을 찢은 폭발음과 숨을 멎게 하는 총성이 일상이 된 조국이지만 올림픽 무대를 향한 알리의 꿈을 막을 순 없었다. 유명 선수들의 대결장면을 담은 빛 바랜 포스터를 홀로 연구하고 복싱화도 없이 맨발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해충박멸 기사인 아버지 때문에 '흰개미'란 별명을 얻은 1980년 세계권투평의회(WBC) 주니어 웰터급 챔피언 와킨스가 복싱 재건을 위해 이라크에 왔다가 알리를 알게 된 것. 와킨스의 주선으로 알리는 최근 미국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브루클린의 글리슨 체육관은 "잘 꾸며진 궁궐"이었다.
알리는 자신을 "행운아"로 부른다. 2002아랍선수권 우승자인 알리는 다행히 선수들이 경기에서 지고 오면 가혹한 고문을 가했던 사담 후세인과 그의 아들 우다이 밑에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복싱은 1960로마올림픽 라이트플라이급에서 동메달을 딴 게 유일하다. 물론 알리의 현재 기량으론 올림픽 메달을 장담키 어렵다. 올림픽 선발전에서 중국과 파키스탄, 필리핀 선수에게 모두 졌기 때문.
사실 알리는 가구공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이라크 재건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아버지를 돕느라 훈련에 몰두할 수 없었다. 그러니 미국에서의 훈련은 꿈만 같다.
그는 올림픽 후엔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 학위를 따 조국의 재건을 돕는게 소원이다. 한편으론 프로로 전향 할 생각도 품고 있다. "나는 스포츠맨이다. 하지만 조국의 재건을 위해 시간을 더 줬으면 한다. 우리 스스로 잘할 수 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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