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돌려 받고 싶어요. 손이 없는 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죠? 손을 얻지 못하면 죽어 버리겠어요."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이렇게 울부짖던 열 두 살 소년 알리 압바스. 지난해 3월 이라크전쟁 때 미군의 오폭으로 두 팔을 잃고, 가족과 친척 16명을 떠나보낸 소년 알리는 무고한 이라크 국민의 참상을 웅변하는 상징이었다. 온몸에 35%의 화상까지 입어 목숨이 오락가락하던 순간, 서방기자의 눈에 띄어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알리. 그의 꿈과 희망, 눈물과 고통을 담은 책 '바그다드 천사의 시' (오래된미래 발행)가 번역돼 나왔다.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제인 워렌 기자가 쓴 이 책은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소년의 가족들 이야기부터 미사일이 떨어져 몰살되던 날의 상황, 치료과정과 영국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소년의 현재 모습까지 담고 있다. 폭발 당시 알리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본능적으로 아들을 감싸 안았기 때문. 소년은 두 팔과 몸통, 등이 불에 탔으나 얼굴과 머리는 말짱했다.
로이터통신으로 전세계에 타전된, 아픔을 참기 위해 앙 다문 소년의 입과 선한 눈빛이 충격을 주었다. 간호사들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소년의 고통은 끔찍하고 처절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취제도 없이 잘려진 속살을 정기적으로 씻어낼 때 난 그 애의 머리를 꽉 붙들고 있었다. 알리는 몸부림을 치고 비명을 질렀다. 아이는 극심한 통증에 구토를 하고 정신을 잃었다. 그러고 나면 의사고 간호사고 모두 한바탕 울어야 했다."
영국 신문사들은 앞다퉈 '알리 기금'을 모금했다. 담당 간호사가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헬기를 보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부시 미국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에게 보냈다. '바그다드 천사의 시'는 서방세계의 도움으로 소년이 쿠웨이트에서 수술을 받고, 영국에서 인공팔까지 이식한 후 화상부위가 닿지 않도록 특별히 고안된 침대에 누워 치료받고 있는 근황까지 전하고 있다.
'알리 돕기'가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영국과 미국 손으로 이뤄졌고, 또 그 과정이 다분히 상업적 의도가 깔린 그들의 책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이 순간에도 알리와 같은 수많은 이라크 어린이들이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는데도 두 나라는 그것을 외면하고 있지 않는가.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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