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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는 멈추지 않는다-과열과 조정의 현장]<1> 여전히 식지않은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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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는 멈추지 않는다-과열과 조정의 현장]<1> 여전히 식지않은 열기

입력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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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9%가 넘는 고성장 속에 중국 경제는 지금 과열의 몸살을 앓는 중이다. 세계 경제의 힘찬 성장엔진이자 동시에 투자와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중국경제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과연 고도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성장 속도 조절에 불과할 것인가. 과열과 조정의 현장, 중국 경제의 실상을 6회에 걸쳐 짚어 본다.

6월2일 오후 상하이(上海) 푸서(浦西) 지구 신흥 주택가인 구베이(古北) 지역. 사방에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밀집한 거리에서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들이 행인들에게 부지런히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아파트 매물과 가격이 빼곡히 인쇄된 이른바 '아파트 세일 전단지'다. 길 가에 늘어선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한국인 주택 수요가 많은 탓에 '한국인 상담합니다'라는 팻말이 줄줄이 내걸려 있다. 중웬(中原) 부동산 구베이 지점에서 2년 째 근무하고 있다는 조선족 이광산(여·26)씨는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한 곳도 적지 않다"며 "긴축 발표 이후 다소 잠잠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월 수수료 수입이 50만 위안, 우리 돈으로 7,5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업소 입구에 붙은 매물 시세표에는 30평대 아파트의 경우 우리 돈으로 2억원이 넘었고, 7억원에 육박하는 60평대 아파트도 눈에 띄었다. 평방 미터(㎡) 당 2만위안(한화 3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중국은 지금 공사 중

중국 경제 과열 논란의 도화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붐은 정부의 긴축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파르게 진행중이다. 거대 중국 대륙의 경제 중심지 상하이 도심은 도처가 '공사 중'이다. 약간의 자투리 땅이라도 있다 싶으면 30∼40층을 넘나드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 틈을 비집고 신축 건물이 들어 선다.

푸둥(浦東) 지구 마천루 숲 루자쭈이(六家嘴)에 자리잡은 포스플라자 34층 빌딩을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개발 김종대 총경리는 "최근 주상복합이나 아파텔 등의 신축을 검토 중인데 땅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정부가 땅을 풀지 않는데다 그나마도 경매를 통해 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했다. 특히 홍콩 등지의 거부들이 이미 오래 전 상하이 핵심 지역의 땅을 대거 사들여 장기적으로 건물을 지으면서 공급을 조절하는 영향도 있다고 했다.

상하이 징안(靜安)구에서 만난 쩡난우에 징안도시건설공사 총경제사(부회장)는 "정부가 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 조치 등에 나서면서 이제는 오피스빌딩 쪽으로 투자 열기가 옮아가는 분위기"라며 "2010년에 상하이에서 엑스포를 개최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열기는 비단 상하이 뿐이 아니다. 항저우(杭州) 난징(南京) 수저우(蘇州) 등 창장(長江) 삼각주 일대는 물론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등도 2∼3년 새 두 배 가량 뛰어오른 부동산 가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도로는 자동차 메이커 전시장

중국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는 무려 120여곳.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란 메이커는 모두 진출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업체들이 저마다 "13억 인구의 10%만 자동차를 구매해도 1억3,000만대에 달한다"며 무차별적인 생산 증설에 나선 결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지는 이미 오래. 지난해 하반기 중국의 자동차 생산 규모는 309만대인 반면, 수요는 절반을 조금 넘는 170만대에 그쳤다. 현대자동차 상하이 완성차사업부 관계자는 "당국의 관세 인하와 함께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하 조치로 출혈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라고 했다.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시내 도로는 서울을 능가하는 '교통 지옥'이다. 중국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상하이 자동차 수는 175만대. 상하이시는 '자동차 번호판 경매제'라는 초강수를 두며 차량 증가 억제에 나섰지만, 외지에서 번호판을 붙여 오는 이들과 치열한 전쟁까지 벌여야 한다. 주요 도로는 출·퇴근 시간은 물론 평시에도 늘 주차장이다. 옴짝달싹 않는 도로를 가득 메운 폭스바겐, GM, 도요타, 현대차 등 수백종의 외제차들은 자동차 메이커 전시장을 연상시킬 정도다.

넘치는 고정자산 투자

장쑤(江蘇)성 장인(江陰)시 연합철강 장인공장을 찾은 6월1일. 공교롭게도 한국 본사 경영전략팀 관계자들이 현지 공장을 찾아 사무실 내부는 분주했다. 하반기 공장 준공을 앞두고 4월말 칼라강판을 시험 생산하는 시점에 철강 업종에 대한 긴축 직격탄을 맞은 터였다. 장인공장 김병진 부장은 "중국 기업들의 묻지마 투자와 지방 정부의 무차별적인 외자 유치로 철강 업종에 불이 붙으면서 시작 단계부터 타격을 입었다"며 "한국 본사에서 많은 우려를 하고 있어 시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주선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철강 업종의 투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96.6% 증가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07.2%의 높은 증가율이 지속되는 추세. 자동차, 부동산, 철강외에도 이른바 '5대 과열 업종'으로 지목된 다른 고정자산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알루미늄과 시멘트 업종의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각각 92.9%, 121.9% 증가했고, 올 1분기 역시 39.3%, 101.4%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우시·장인=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전력난에 中企 주4일 휴업 예사

과열의 부작용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전력 등 에너지난이다. 공업 단지가 밀집한 장쑤성 타이창(太倉)시의 어지간한 중소기업들은 3월 이후 주중 이틀씩 문을 닫았다. 전력 공급이 아예 중단된 탓이다. "전력이 다소 여유가 있는 주말에 생산 라인을 가동하라"는 것이 시 정부의 지침이지만, 1주일에 4일씩 문을 닫는 것이 예사다. A사 관계자는 "세밀한 공정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단 몇 시간의 정전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며 "요즘은 사정이 다소 좋아졌지만 언제 다시 전기가 끊길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며 울상을 지었다.

전력난은 장쑤성, 저장(浙江)성 일대가 가장 심각하지만 대도시 지역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중국의 얼굴이라는 상하이 역시 오피스 빌딩의 실내 온도를 이전 섭씨 22도에서 최근엔 26도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고, 오후 4시 이전에는 상업용 건물의 전기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

시 정부는 전력 소모가 많은 업체들을 '정전 리스트'로 관리하며 전력 부족 시 순서대로 전기 공급을 차단하기도 한다. 푸둥신구에서 컴퓨터 회로기판을 생산하는 대만계 G사 관계자는 "정전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사장이 직접 시 정부와 개발구 관료들을 만나 리스트 하단으로 옮기느라 진땀을 뺐다"고 귀띔했다.

전기료도 대폭 인상되며 비용 부담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많은 오전 8시∼11시, 오후 6시∼11시 등 '피크 타임' 전기료가 이전 ㎾당 0.8325위안에서 6월1일부터 60%나 높은 1.332위안으로 인상됐다.

올해 중국의 전력 예상 사용량은 지난해에 비해 11% 증가한 2조910억㎾. 현재 건설중인 대형 화력발전소가 2005년 말부터 잇따라 가동돼 이후부터는 전력난 해소가 기대되고 있지만, 이것도 동부 연안 지역에 해당되는 것일 뿐 서부 내륙 지방과 동북부 지역의 전력난 해소는 아직 요원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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