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유인태 서갑원 의원 등은 서둘러 열린우리당 의원 총회장을 나섰다. 이날 10시에 열리는 안희정씨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의총에서는 이라크 추가 파병과 주한미군 감축 등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이 다뤄졌지만 이들에게는 '동지에 대한 의리'가 더 중요한 듯했다.이에 앞서 백원우, 이광재, 조성래 등 우리당 의원 82명은 재판부에 안 씨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한 터였다. 그러나 정작 의원들의 기본적 직무라할 법안도 발의하기 전에 이들이 서명한 탄원서는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탄원서에서 안씨는 '희생자'였다. "법과 관행이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는 현실에서 정치 자금을 담당하는 사람은 누구든 희생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다. 심지어 안씨를 "개혁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동반자"로 상찬하는가 하면 "오늘이 있기까지 안씨의 노고와 희생이 적지 않았다"고까지 의미를 부여했다.
탄원서의 내용 못지 않게 주목을 끈 것은 제출한 시점이다. 탄원서는 선고 공판을 하루 앞둔 7일 제출됐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상대적 강자인 여당 의원들의 집단적 요구에 재판부가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관용과 선처를 기대하며 내는 탄원서에서 피고인에 대해 우호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함께 풍찬노숙(風餐露宿)하던 동지를 변호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 개혁을 주장해 왔다. 그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범기영 정치부 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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