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로 등장해 툭하면 "잘났어 정말∼"을 외치던 KBS 드라마 '사랑의 굴레'(1988)를 뺀다면, 탤런트 고두심(53)은 어머니 전문 연기자다. '전원일기'(MBC)에는 양촌리 김 회장 댁의 후덕한 큰며느리로 나왔고, '덕이'(SBS)에서는 자식과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로 등장했다. '꽃보다 아름다워'(KBS)에서는 순수한 성격의 영자로 출연해 한국 어머니상의 다양한 층위를 그려왔다.'찔레꽃'의 후속으로 14일부터 방송되는 KBS 1TV 아침 드라마 '그대는 별'(구현숙 극본, 이강현 연출)에서 그녀는 또 한번 어머니가 된다. 일년에 딱 한번인 문중 제삿날에도 남편을 첩에게 빼앗기고 딸 품에 안겨 남몰래 눈물 흘리는 1970년대의 여자, 김금분 역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줄기는 젊은이들이 잡고 있다. 본처 딸 화연(임지현)과 소실 소생 연경(한혜진)이 '화신제과' 창업주 아들인 정우(김승수)를 놓고 벌이는 사랑싸움이다.
"혼자 가슴앓이 하던 '꽃보다 아름다워'의 영자하고는 달라요. '풍년 방앗간'을 직접 운영하는 스케일도 크고 활동적인 여자죠. 남편도 아들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첩을 들인 거고." 시앗인 애심(이응경)과의 관계도 '꽃보다…'와 딴판이다. '꽃보다…'에서 소실을 위해 신장까지 떼어준 그녀가 이번에는 "그래, 늙은 조강지처가 귀때기 새파란 첩년한테 '야' 소리도 못 허냐?"며 애심과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영자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아팠고 그래서 빠져 나오고 싶었다"는 그녀의 바람이 이뤄진 셈. 그러나 모자란듯 무던하고 가슴 아플 정도로 미련했던 영자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100% 만족한 건 아니다. "지난 번에 누굴 만났더니 '누이 같고 어머니 같고….'로 운을 떼길레 '그만, 그만해. 귀에 딱지 않겠다'고 했죠. 처녀 때 사랑하다 죽는 여주인공 역을 못해 본 게 마음에 남아 있어요. 지금도 멜로물 주인공 한번 해보고 싶은데. 언젠가는 그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두심의 연기인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따라서 그런 기대감이 조만간 현실화할지 모른다. 난생 처음 아침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그녀는 정작 "느긋하게 앉아서 TV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는, 아침 일찍 나가봐야 하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25일 개봉할 영화 '인어공주'에서 억척스러운 때밀이 엄마 역을 소화한데 이어 '먼 길'에도 캐스팅 돼 영화의 배경인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을 오가는 중이다.
/수원=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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