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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새 풍경] <3> '정장'을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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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새 풍경] <3> '정장'을 벗다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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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은 파격적인 옷차림의 의원들이 속속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흰색 와이셔츠에 검정색 정장으로 상징되던 의원들의 복장은 가히 '패션 파괴'라 부를 만한 정도로 파격적이었다."봄은 여자의 옷자락에서 온다"고 했던가. 여성 의원 39명의 화려한 옷차림은 17대 국회 변화의 봄바람을 예고했다. 무채색 일색이었던 옷 색깔이 연보라색은 물론 빨강색, 진홍색, 하늘색 등 총천연색으로 바뀌어 패션쇼장을 방불케 했다. 어두운 색깔의 옷을 고집하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이 날만은 화사한 연분홍색 투피스를 입고 나왔다.

5일 첫 본회의 때도 우리당 강혜숙 의원이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등원해 화제가 됐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선글라스를 머리띠처럼 머리에 쓰고 나오는 파격을 시도했고, 우리당 홍미영 의원이 5일과 7일 연이어 입은 생활 한복은 벌써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7일 "사실은 얼마 전 여성 의원들이 모여 '튀는' 복장을 하기로 입을 모았다"고 털어 놓았다. 아직은 소수인 여성 의원의 존재를 시각적으로라도 확실히 알리자는 의미였다고 한다. 과거 여성 의원들이 "튀면 왕따 된다"며 최대한 무난하게 보이려 한 것과 사뭇 다르다.

남성 의원들에게도 서서히 복장 파괴 바람이 분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단병호 의원은 공언한 대로 한복과 점퍼 차림으로 등원했다. "우리를 국회에 보내 준 농민과 노동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해 4월 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면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등원하려다 저지당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물론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와 유권자에 대한 모독" "국회의원은 공인으로서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전통과 예의를 지켜야 한다" "단병호 의원이 양복을 입는다고 변절자가 되나" 등으로 폄하했다.

하지만 '국회 권위주의 파괴의 시작'이란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한 초선 여성 의원은 "옷을 두고 잡음이 나는 것은 처음 미니스커트를 입은 가수 윤복희씨가 계란세례를 맞은 것 처럼 탈권위 과정에 따르는 통과의례"라며 "국회의원들이 이미지 정치의 일환으로 옷만 갈아입는 게 아니라 의식까지 개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사진=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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