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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랑 특별전 '그림, 소설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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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랑 특별전 '그림, 소설을 읽다'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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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주영, 화가 박항률 김점선 민정기 김선두가 7일 오후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모였다. "우리,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워"라고 김점선씨가 농담하듯 한마디 던진다. 이들이 왜 한자리에 모였을까. 14일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개막하는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모임'(문학사랑)의 기획특별전 '그림, 소설을 읽다'를 위해서다. 이 전시회에는 이 시대의 내로라하는 작가와 화가들이 참여했다. 소설가 박완서 최인호 황석영 이청준 김주영의 소설 작품을 각각 화가 박항률 김점선 민정기 김선두 이두식이 20편씩의 그림으로 읽어냈다.

이번 전시는 문학과 미술의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의 창작이 다른 창작을 읽어 제3의 상상력을 도출해내는, 또 하나의 창작 과정이라는 것이다. 문학사랑의 대표이기도 한 김주영씨는 "문학과 회화의 전통적 친분 복원에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문학에 그림을 첨가시키는 종적 관계가 아닌 횡적 관계로 동등한 위치에서 문학과 그림의 입체적 만남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문학사랑은 2002년 결성 이후 출판이라는 전통적 매체를 탈피한 새로운 형식으로 문학과 대중이 친숙해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왔다. 10여 차례의 문학답사기행, 문학음악축제, 남이섬 문학의집 건립을 추진한 끝에 지난해 '그림이 소설을 읽는' 매우 야심찬 기획을 내놓았다. 선정된 대표 작가 5명의 작품에서 골라낸 명장면과 명대사들이 화가들에게 건네졌고, 7∼8개월의 작업을 거쳐 문학작품으로부터 출발했으되 결코 그것에 종속되지 않는 그림들이 이번에 나왔다.

짝을 이룬 소설가와 화가 사이의 교감이 무엇보다 필수적. 민정기와 황석영, 김선두와 이청준은 각각 20여년 전부터 친분을 갖고 공동작업을 해와 서로의 작품세계에 익숙하다. 민정기는 '현실과 발언' 동인전에 황석영의 '한씨연대기'로 13점의 판화를 발표한 것을 인연으로 '오래된 정원' '손님'의 신문연재에도 판화 삽화 작업을 했다. 전남 장흥 출신의 이청준과 동향인 김선두는 20년 전께 이씨의 잡지 기고 글에 삽화를 그린 것으로 인연을 맺어 최근에는 함께 '고향'을 담는 작업을 해왔다.

박완서씨는 친구 집 거실에 걸린 작품을 단 한번 보고 "훔치고 싶을 만큼 이끌렸던" 박항률에게 맡겼다. "소설가 박완서의 눈이 되어보려고"다시 읽어도 소설의 배경인 개성의 유년시절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박항률은 "박완서를 만나고 나니 그림 그리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털어놓았다.

중고시절 우상이었던 최인호씨의 작품세계를 디지털판화로 창작한 김점선씨는 "감성은 같은데 매체만 언어와 시각적 물질로 나뉜 소설가와 화가의 '영혼의 2인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위해 창작된 회화작품들과 그 모티프가 된 문장들과 문학평론가의 분석을 곁들인 단행본들도 출간될 예정이다. 전시는 교보문고 강남점(6월14일∼7월18일), 부산점(6월22일∼7월25일), 인천점, 신세계백화점 인천·광주점(7월27일∼8월5일), 인사아트센터(9월22일∼10월5일)에서 차례로 이어진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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