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 강의에 대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냐의 논란이 한동안 있었다. 그러나 사교육 문제가 워낙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교육인적자원부의 '해열제 처방'에 그다지 이의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지난 2일 시행된 수능 모의고사 출제에 EBS 수능 강의가 적정하게 반영되었는지를 둘러싸고 다시금 의견이 분분하다. 출제자 측은 대폭 반영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어느 만큼, 어떻게 연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교육의 본질 운운하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이미 적지 않은 노력을 들여 시행하고 있는 수능 강의가 교육 및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교육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논의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과외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입학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구조 하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거액의 과외비를 국가가 지불하고 스카우트한 히딩크라는 외국 감독 덕분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거액을 주고 또 외국 감독을 모셔오려고 하지 않는가? 우리 학부모들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가계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의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되고 각종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까지 초래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더 많은 부작용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EBS수능 방송이 다소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사교육비 경감에, 특히 경제 사정 때문에 개인지도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EBS 수능 방송이 잘 정착되고 더 좋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이 수능에 어떠한 형태로든 연계되어 출제되어야 한다. 출제 정도에 있어서도 60∼70%는 수능 강의와 연계되어 출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모의 수능 출제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BS 수능 방송 강의를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출제위원으로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많이 참여시킨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좀더 질 좋은 교재를 개발하고 현행 방송 강의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할 것이다.
금년 수능에서 학교 교육을 충실히 하고 수능 방송 강의로 보충하면 좋은 결과를 얻도록 출제하겠다는 약속이 실제로 이루어져 국민들이 정부 정책에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이경복 호서대 자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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