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강연이 곁들여지는 이색 영화상영회가 잇따르고 있다. 무성영화를 보면서 피아니스트의 즉흥 연주를 듣거나, 상영관 밖 야외무대에서 저글링 곡예가 펼쳐진다. 상영작도 국내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희귀 작품들이다.
■ 서울아트시네마(02―720―9782)는 주한독일문화원과 공동으로 11∼12일 오후7시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지하1층에서 '여름 밤의 기묘한 이야기: 운하임리히 스페셜'상영회를 마련한다.
피아니스트 박창수(40)씨가 독일 리하르트 오스발트(1880∼1963) 감독의 무성 공포영화 '운하임리히 : 기묘한 이야기'(1919년) 상영에 맞춰 즉흥연주를 펼쳐보이는 무대. 무성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영회인 셈이다.
'운하임리히…'는 애드가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로베르트 리브만의 '손', 로버트 스티븐슨의 '자살클럽' 등 유령과 죄의식, 공포를 다룬 유명 소설 5편을 소재로 한 옴니버스 영화. 낡은 고서점의 벽에 걸린 그림 속에서 악마와 창녀가 나와 5편의 책들을 찾아 읽는다는 내용이다.
원제 'Unheimliche'는 '기이한, 무서운'이라는 뜻. 박창수씨는 이미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슈트로하임, 드레이어 감독 등의 무성영화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연주를 들려준 바 있다. 입장료 1만원.
■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02―743―6003)이 13∼25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여는 '버스터 키튼 회고전'은 강연이 함께 한다. 할리우드 초기영화의 거장 버스터 키튼(1895∼1966)의 대표작 31편을 상영하면서, 2회 강연을 통해 키튼 감독의 액션 코미디의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다.
최근 개봉한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류승완 감독과 회고전 프로그래머 김성욱씨가 강사로 참여한다.
버스터 키튼은 대담한 스턴트 묘기를 선보인 무성코미디 영화시절의 제작자 겸 감독, 배우. 회고전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부유한 광산주의 응석받이 아들과 영악한 사위의 싸움을 다룬 1921년 흑백 무성영화 '바보' 등 31편이 상영된다.
상영시간은 오후2시·4시·6시·8시, 강연 시간은 19일 오후4시(류승완), 20일 오후2시(김성욱). 1회 관람료 6,000원.
■ 11∼19일 세종문화회관과 하이퍼텍 나다, 광화문 시네큐브 영화관 등에서 열리는 프랑스 문화축제 '랑데부 드 서울'은 영화와 음악, 무용, 퍼포먼스 등이 어우러지는 무대. 프랑스대사관과 문화원,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축제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서울 프랑스영화제를 중심으로 프랑스 현대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화제 상영작은 총 26편.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인 베누아 자코 감독의 '잠시 후', 러시아 퇴역장군의 악몽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프랜시스 닐슨 감독의 애니메이션 '개와 장군 그리고 새들' 등 프랑스 영화는 16편이 상영된다.
특히 13일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상영하는 '철로 쟁탈전'은 '태양은 가득히'의 르네 클레망 감독의 1944년 데뷔작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활동을 그린 영화 중 최고 명작으로 꼽힌다. 김수용 감독의 1967년작 '안개' 등 한국영화 10편도 특별 상영한다.
'랑데부 드 서울'에는 이밖에도 셀린 바케의 현대무용 '체인지 페이스', 방 퓌블릭 극단의 저글링 곡예, 포크 레게 그룹 월터의 라이브 연주 등이 마련된다.
18일 오후7시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파리국립 고등음악원 동문 음악회에서는 '장미빛 인생' '파리의 하늘 아래' '쉘부르의 우산' 등 귀에 익숙한 샹송을 감상할 수 있다. 문의 (02)399―1617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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