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현재 우리나라 한 가구당 안고 있는 빚이 2,945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부채는 소폭이나마 3분기째 늘어나는 추세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3월말 금융기관 부채와 외상구매를 포함한 가계신용규모는 총 450조4,552억원으로 작년 말(447조원)에 비해 0.6% 늘어났다. 가계신용 잔액이 4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가계신용 가운데 신용카드나 할부금융, 백화점 카드 등을 이용한 판매신용(외상구매)은 극심한 소비침체와 카드사용 억제로 인해 연말보다 7.0% 감소, 24조7,7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마구잡이식 소비속에 2002년말 48조원에 달했으나 카드사들의 이용한도 축소와 신용불량자 양산에 따른 소비침체로 1년여만에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은행 상호저축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통한 가계대출 규모는 작년말에 비해 1.1% 증가한 420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부진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실종되면서,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로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가구당 채무는 1·4분기말 2,945만원으로 작년말(2,926만원)보다 19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부채는 작년 6월말 2,915만원까지 줄었지만, 3·4분기말 2,921만원에 이어 3분기째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와 직결되어 있는 판매신용의 급격한 감소세가 다소나마 진정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내수가 워낙 위축되어 있어 판매신용이 단기간내 다시 크게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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