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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中서 활동 탈북자지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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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中서 활동 탈북자지원단체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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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3일 저녁 중국과 몽골 국경 지역 인근 마을. 다소 상기된 표정의 탈북자 정모(45)씨가 아들 딸과 함께 배낭을 짊어지고 도착했다. 이들은 한국의 한 지원단체를 통해 만난 중국 내 탈북자 일행 21명과 함께 탈중(脫中)을 위해 트럭 짐칸에 올라 짚더미를 덮고 몸을 숨겼다. 안내자인 조선족 브로커는 "안전지대인 몽골 국경을 넘기 전까지는 숨소리도 새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덜컹거리는 길을 2시간 가량 달렸을까. 차가 멈추더니 브로커가 모두를 내리게 하고 걸어서 국경을 넘는 길을 가르쳐 주고는 황급히 되돌아 갔다. 일행은 나침반을 들고 한참을 다시 걸어갔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몽골에 도착해 있어야 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눈 앞에 국경선인 철조망이 나타났다. 그것도 50∼100m 간격으로 10여개의 철조망이 겹겹이 눈앞에 펼쳐졌다. 브로커는 철조망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속았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순간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총을 든 중국 공안들이 일행을 향해 달려왔다. 그때부터는 억울해 할 겨를이고 뭐고 없었다. 메고 있던 짐도 벗어 던지고 철조망을 하나 넘고 둘을 넘고 오직 앞을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일행 중 6명만 무사히 몽골로 들어갔을 뿐 나머지는 공안에 붙들렸고 이 과정에서 정씨의 아들은 공안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이후 정씨를 포함해 중국 공안에 잡힌 17명은 감옥에 감금됐다. 그러나 이번 탈출을 주선한 단체를 비롯해 국내 탈북지원단체들이 발을 벗고 나섰다. 이들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진정을 넣는 등 국제 이슈화한 끝에 정씨 등은 지난달 18일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공안에 붙잡힌 지 한달 반만의 일로 탈북지원단체들의 지원이 없었으면 이들도 다른 탈북자들처럼 북으로 되돌아가는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다.

탈북자 돕다가 감옥행

현재 중국 내 탈북자들의 수는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한국으로의 이주를 갈망하고 있지만 합법적인 길이 없다. 브로커에 속아 그나마 갖고 있던 돈만 빼앗기고 다시 북으로 압송되거나 중국 공안에 붙들려 기약 없는 감금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때문에 국내 탈북지원단체들이 속속 중국으로 건너가 이들의 탈출을 돕고 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망 등을 동원해 1명의 탈북자라도 더 한국으로 보내기 위한 '총성없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중국 현지인들을 통해 제3국 국경까지의 길 안내 등을 한 뒤 제3국에서는 그 쪽의 민간 활동가나 미리 섭외해놓은 현지인들의 안내를 받도록 전체 일정을 조율하고 기획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한국인 선교사가 공안이 탈북자들을 강제로 끌고 간 사실을 모른 채 피난소에 들렀다가 붙잡혀 한국 돈으로 벌금 350만원을 내고 간신히 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제2의 석재현씨'로 불리는 비디오 저널리스트 오영필(34)씨와 석씨 등과 함께 공안에 체포된 최영훈(42)씨, 2년 6개월 형을 선고 받고 수감돼 있는 최봉일(56) 목사 등 중국 내 활동가 10여명이 중국 감옥에서 구금돼 있다.

탈북자 지원단체 현황 및 활동

현재 중국 내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국내 단체들은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두리하나선교회와 납북·피랍인권연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등과 비공개로 활동하는 7,8개 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민간 봉사자 수십명을 통해 탈북자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고 한국에 갈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이나 중간 연락책 알선, 지리 정보 및 탈출 정보 제공 등 활동을 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대개 동료들로부터 입수하거나 자유아시아방송, 미국의 소리 등 라디오를 통해 전해들은 지원단체 연락처로 전화나 팩스, 인터넷 이메일 등을 이용, 구호 요청을 한다. 한 민간단체에 접수되는 구호 요청이 하루 평균 20여건에 달할 정도다.

지원단체들은 구호 요청을 한 탈북자 가운데 신원 확인이 가능한 탈북자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중국 공안이나 북한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위장 접근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사연이 절절한 편지를 읽고 감동해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소홀히 한 채 접근했다가 중국 공안에 붙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원이 확인되면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간다. 한 선교단체의 경우 중국 내 각지에 피난소를 설치, 탈북자들이 기거할 장소를 마련해 놓고 길게는 1년여 준비생활을 거치게 한다. 중국 내에는 국내 민간단체가 만든 피난소 20여개가 있으며 여기에만 400∼500명의 탈북자가 머물고 있다.

탈북자들의 일반적인 탈출 루트는 몽골 외에 동남아 국가들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대륙을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횡단해야 하는 긴 여정이지만 몽골 쪽보다는 비교적 공안에 걸릴 우려가 적어 최근 들어 동남아 국가가 더 선호되고 있다.

이들 탈북자 지원단체는 한결같이 정부가 앞장서서 탈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납북·피랍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은 "중국의 탈북자 단속이 심해져 시민단체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탈북자들 문제나 억류된 한국인 문제에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대표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사진) 대표는 탈북자들의 대부(代父)다. 그가 탈북자 문제에 관심으 갖기 시작한 1999년부터 지금까지 50여차례에 걸친 중국 방문을 통해 한국으로 데려온 탈북자만 457명. 이 때문에 북한 내에서차 '북한 주민은 천기원을 아는 사람과 천기원을 모르는 사람 두가지 부류가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됐다고 한다.

탈북자와 국경을 넘다 7개월동안 중국에서 옥고를 치르기도 한 천 대표는 "중국 공안이나 북한 내부 인사들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의 신분이나 접촉 과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천 대표는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영 마뜩지 않다.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중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시도하다 말썽이 생기면 정부는 오히려 중국 편에 서거나 사건을 무마하려 한 측면이 강하다고 천 대표는 보고 있다. 천 대표는 "탈북자 문제는 통일 과정에서 양측 사람들이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오히려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따라서 정부가 기본적인 교육과 정착금 지원 외에도 이들의 정착 및 이주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천 대표는 국민들에게 탈북자들을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한국의 문화와 체제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그들을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감싸안아야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 중국내 탈북자 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중국 내 탈북자가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탈북자 단체측에서는 최대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국경을 넘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도망친 사람들이다.

탈북한 불법 체류자들은 중국에서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 수는 없다. 이로 인해 농장에서 일을 해도 돈을 받지 못하고 여성들의 경우 유흥업소로 팔려가는 게 다반사다. 체임에 대한 항의라도 하면 농장주가 1명당 3,000위안(약 42만원)의 포상금을 받고 공안에 넘겨버리기 때문에 가혹한 처사에도 한마디 대꾸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에는 임금을 받지 못한 탈북자가 농장주 집에 폭약을 설치해 전 가족을 폭사 시킨 일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중국 공안은 탈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 대대적인 색출에 나서곤 한다.

늘어나는 탈북자에 대해 북한 당국도 팔짱을 끼고만 있지는 않다. 4월부터 평북 신의주와 함북 온성 사이 중국 접경 지역에 나무로 방벽을 설치했고, 두만강과 압록강 언저리에는 깊이 3∼5m의 함정도 만들었다. 그래도 급증하는 탈북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들은 중국의 친척을 핑계로 방문 허가증을 받아 나간 뒤 귀국하지 않거나 겨울철의 얼어붙은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는 방법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국경을 지키는 북한 군인들에게 '통행료'로 건네는 뒷 돈이 3,000위안(약 42만원) 내외로 공식화해있을 정도다.

이런 수많은 탈북자 중에서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무사히 밟게된 사람은 지난해까지 1,200여명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외국 공관이나 제3국으로의 도피에 성공했다가도 다시 공안에 체포돼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의 탈북자 수용소를 거쳐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국 난민위원회(USC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에 이렇게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탈북자는 7,800여명으로 하루에 150여명 꼴이란 통계가 나와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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