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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네이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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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네이션 2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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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애를 갑자기 죽이는거유?" '바람난 가족'에 출연한 윤여정이 임상수 감독에게 물었다. 영화속에서 성지루가 높은 건물에 메고 올라간 아이를 갑자기 땅으로 던져버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임감독 왈, "우리 모두 느닷없이 죽잖아요."그렇다. 죽음이란 느닷없는 것,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 지 알고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음에는 예고가 없다. 데이비드 엘리스 감독의 '데스티네이션2(Final Destination 2)'는 누구에게나 닥치는 갑작스런 죽음을 다루고 있다. 대신 30년 이상 스턴트맨으로 활약한 액션 전문가답게 요즘 할리우드 공포물이 그렇듯, 무서움보다는 손마디가 하얗게 드러나도록 의자 팔걸이를 거머쥐게 만드는 긴장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죽음을 하나의 생명체인양 초자연적 존재로 그렸다. 느닷없는 죽음이 사실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목표로 점 찍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 한번 죽음의 리스트에 오르면 도망치거나 달아날 수 없다. 죽음은 그만큼 만질 수 있다면 뺨을 갈겨주고 싶을 만큼 교활하고 영악하다.

그렇지만 감독은 죽음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통해 숙명론에서 한걸음 비켜섰다.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던 킴벌리(A.J. 쿡)가 죽음의 리스트에 올랐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에게는 죽음의 신호를 알아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마치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보듯 그는 날아오르는 비둘기, 흔들리는 화물 등을 보고 연관된 죽음을 예상할 수 있다. 덕분에 자신을 포함해 고속도로 위에서 연쇄충돌사고로 시체가 될 뻔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

진짜 공포는 이제부터다. 죽음의 리스트에서 빠져나가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리는 사람들을 겨냥한 죽음의 악랄한 복수가 시작된다. 커다란 유리판을 떨어뜨려 사람을 뭉개버리고, 쇠줄을 날려 육신을 토막 낸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 바닥에 사람의 머리가 구르고, 식탁 위에는 가스폭발로 날아온 사지가 놓인다. 이쯤 되면 공포가 아니라, 외면하고 싶은 잔혹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눈을 돌릴 수 없는 것은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결말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관객의 긴장감을 풀고 조이는 감독의 솜씨가 능수능란하다.

여기에는 '미션 임파서블' '페이스오프'의 액션 촬영을 맡았던 촬영감독 개리 쿠퍼의 솜씨도 한 몫 거들었다. 초반 킴벌리가 예견하는 고속도로 연쇄충돌사고 장면은 잘 짜여진 액션영화를 보는 것처럼 카메라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다만 숙명론에 저항하듯 어설픈 논리로 빠져나간 결론이 흠. 18세관람가. 11일 개봉.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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