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에 접속해 보면 책에 대한 각종 정보가 즐비하다. 물론 도서판매를 목표로 제공된 것이지만, 독서 교육에 요긴한 보물창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해당도서의 목차를 올려 놓는 '차례' 서비스만 해도 그렇다. 특히 각자 원하는 주제를 잡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유사한 주제나 성격의 책들을 찾아 그 차례를 참고하면 자신이 펼쳐낼 내용과 방향을 결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이를테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대해 주제보고서를 쓴다고 하자. 인터넷 서점에서 관련서들을 찾아 차례를 비교·대조하며 자신의 보고서에 무엇을 넣고 뺄지, 얼마나 어디에 넣어야 할지 숙고해 본다. 또한 같은 성격이라 할 다른 분야의 역사책들을 찾아 그 목차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즉, 와인의 역사나 로켓의 역사와 같은 책 차례에서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펼쳐나가는 데 필요한 틀을 찾아 다듬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주제의 책들에서 차례를 참고하면 자칫 표절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다른 성격의 책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유쾌하고 참신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요즘 다시 출간된 다니엘 페낙(Daniel Pennac)의 '소설처럼'(문학과지성사·사진)의 차례를 읽다 보면 책의 핵심 어구인 '소설은, 그냥 소설로, 소설처럼 읽어라'를 애니메이션을 넣어 곱씹어 볼 수도 있겠다.
청소년 독서교육은 교육과 문화, 정보를 아우르며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결정적인 시도다. 독서교육을 그저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독해 수준으로 받아들이거나, 대학입학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는 기능적 차원으로 국한해서는 매우 곤란한 것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의 독서교육은 다양한 미디어와 메시지, 정서와 코드를 중심으로 세계와 인간의 맥락에서 그 전개방향과 성과를 모색해야 한다. 우선 독서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독서는 반드시 책에만 한정해야 된다는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서교육 역시 책과 출판을 중심으로 하되 영화와 연극, 미술과 사진 등 다양한 예술 장르는 물론 인터넷과 위성방송 같은 뉴미디어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외연을 넓혀야 한다.
또한 독서교육에 대해 신중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과학기술이 그 중요한 역할만큼이나 잘못 쓰였을 때 폐해가 엄청나듯이, 독서교육 또한 잘못 시도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의 독서교육이 조금 활발해지자 상업화의 움직임이 고개를 드는 듯 싶어 걱정스럽다. 얼마 전에 있었던 독서능력인증시험이 주최측의 예상과 달리 강력한 비판과 거부에 부딪힌 것도 상업화와 획일화의 위험을 무시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 독서교육의 바람직한 방향과 지도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불과 몇 차례의 짧은 글로 감당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지만 소박하나마 작은 암시가 되었다면 기쁠 따름이다.
/허병두·책따세 대표·숭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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