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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결혼식…화려함보다 내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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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결혼식…화려함보다 내실을

입력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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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은 한국에서 결혼 시즌이었다. 나 역시 4년 전 이맘 때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 나의 결혼식은 한국식과 미국식이 혼합된 방식으로 진행됐고 덕분에 나는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전통 결혼방식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아도 됐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한국에 7년째 살면서 많은 결혼식에 참석했다. 어느 결혼식이든 비슷했다. 아이는 울고 휴대폰은 울리고 친척들은 식장을 끊임없이 오가며 하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심지어 나는 어떤 하객들이 결혼식이 끝나기도 전에 식사를 하려고 서둘러 식장을 떠나는 것을 봤다.

미국에서 그러한 행동은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지며 받아들여질 수 없다. 미국의 결혼식은 조용하고 경건하며 신랑과 신부의 결합과 사랑을 반추하는 의식으로 여겨진다. 하객들은 사랑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의식에 자신들이 초대받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결혼의 모든 과정은 신성하게 여겨진다.

미국 결혼식도 신랑, 신부가 비용을 분담한다. 그렇지만 나는 한국의 예비 신랑신부들이 결혼식이 있기 전에 값비싼 혼수품을 장만하는 것을 보면서 무척 놀란다. 집 장만, 혼수 마련, 결혼식장 예약, 예물 교환, 신혼여행 예약…. 이 모든 것은 내가 보기에 낭비적이고 경망스러운 측면이 있다.

미국에서 신랑 신부는 대개 결혼식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하며 양가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돈으로 집을 마련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부모 품에서 벗어나 자신들끼리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신랑 신부와 그 가족들은 자신들이 치르는 결혼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이 원하는 결혼은 뒷전이다. 결혼식이 화려할수록, 집이 근사할수록 동료, 친구, 친척들이 자신들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나는 한국인들이 결혼을 신랑 신부의 개인적 만남에서 한걸음 나아가 양가의 결합으로 여기는 것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결혼은 신랑 신부의 의견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이며 인생의 여정을 공유하겠다는 결정의 징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결혼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우리는 인생, 사랑, 그리고 궁극적으로 행복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가렛 키 미국인/에델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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