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60주년을 기념해 5일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해 미국의 이라크 전쟁 강행 이후 소원해진 양국 관계의 복원을 시도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파리 엘리제궁에서 이뤄진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을 "믿음직스럽고 진실했다"고 평한 시라크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대해 "프랑스와 미국은 200년 동안 역사를 공유해 왔으며 그 200년 동안 함께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인권을 지켜왔다. 대화는 항상 쉬운 일이었다"고 정의했다. 부시도 "우리는 많은 문제에 있어 프랑스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러한 두 정상의 화해 노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 시라크 대통령은 "나는 며칠 내로 안보리가 결의안에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미국에 협력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시라크 대통령은 회담에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결의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결의안에 미군 철수 시한을 못박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지도 않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두 정상은 이 밖에도 아프가니스탄 중동 아이티 아프리카 등 많은 국제 현안에 대해 입장을 공유하며 관계 복원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어 6일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에서 "프랑스는 미국에 감사하며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 사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라크 상황은 극도로 불확실하다"며 우려를 나타냈고 전쟁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믿지 않는다"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프랑스를 구해줬던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관련,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및 테러와의 전쟁을 2차대전과 비교하려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 역사적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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