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추운 곳 얘기 하나 해야겠다. 인도 설산에 가면 아주 게으르기 짝이 없는 새 한 마리가 있다. 얼마나 게으른지 그 추운 설산에 살면서도 절대 추위를 피할 둥지를 짓는 법이 없다. 밤이면 설산의 눈보라와 찬바람에 오돌오돌 떨면서'내일이면 집 지으리, 내일이면 집 지으리'하면서도 막상 날이 밝아 햇빛이 고루 퍼지면, 지난밤의 고통 같은 것은 까마득하게 있고 종일 놀기에 바쁘다.그러다 다시 밤이 되면 추위와 눈보라에 오돌오돌 떨며'내일이면 집 지으리'를 밤새 되뇌게 되는데, 이 새의 이름이 바로 '한고조(寒苦鳥)'다. 도를 닦겠다고 '불문에 들었어도 게을러서 제대로 도를 닦지 못하는 사람'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게으름뱅이 새야말로 참으로 인간적이다. 꼭 추위를 피할 집이 아니더라도 우리야말로 어제의 다짐을 오늘에 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일엔 무얼 해야지, 다짐하면서도 막상 내일이 되었을 때 그 다짐을 잊고 그냥 넘어간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때로는 그 가운데 중요한 일도 많았던 것 같은데, 돌아보면 그 다짐 안 지켰다고 우리 삶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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