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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인정 넘치던 예전의 이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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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인정 넘치던 예전의 이삿날

입력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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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던 이웃집 친구가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 친구는 사람이 좋아서인지 저당이 설정된 집에 들어갔다가 1순위에 밀려 전세금의 일부만 건진 채 1,000만원 정도 손해 보고 이사를 하게 됐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절에 1,000만원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겉으로는 웃지만 가슴 아파하는 기색이 역력한 친구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친구는 "웬만한 가구는 버리고 간다"면서 필요하면 가져다 쓰라고 했다.오전 6시. 이사를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웃집에 들러 보니 벌써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가구를 사다리차로 옮기고 있었다. 세상은 참 편해졌구나 하면서 방안으로 들어가 보니 친구 내외와 친구의 친척 한 명이 와 있다.

예전에는 이사를 하면 일가친척들이 모두 찾아와 도와 주었다. 친구들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냉장고 하나에 서너 명이 달라붙는 것은 예사였다. 체구가 큰 한 사람이 냉장고를 등에 지면 다른 친구들이 좌우에서 땀 흘리며 도와 주었다. 그러면 여자들은 유리그릇을 행여 깨질세라 조심조심 들고 나갔다. 아이들도 작은 것 하나라도 들어 날랐다. 그러다 보면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저녁이면 친척과 동료들은 이사하는 집 안주인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세상을 혼자 살아간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세상살이가 힘든 시기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사 가는 이 친구는 평소에 이웃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나섰다. 예전 같으면 이삿날 이 친구집에는 동료와 일가 친척들로 왁자지껄해야 하건만 너무나 조용하다.

이삿짐 센터 직원들만이 분주할 뿐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땀 흘리며 같이 끙끙거리던 그 때가 사람 냄새가 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왜일까.

/wls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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