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판교 IC를 거쳐 분당 신도시에 진입, 오른쪽으로 성남대로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면 탄천 서편으로 화려한 풍광이 펼쳐진다.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들이 일렬로 늘어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미용실, 세탁소들도 '로얄' '노블' '로데오' 등의 상호를 달고 있고 잘 정비된 서양식 정원과 벤치들, 테이크아웃 커피숍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지하철 수내역 남쪽의 로얄팰리스를 기점으로 탄천 서쪽을 따라 구미동 경계의 두산위브까지 주상복합 아파트단지가 연이어 선 '정자동 벨트'가 분당의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달말부터 최대 단지인 파크뷰의 입주가 시작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분당 속의 강남, 정자동 벨트
분당의 전통적인 부촌은 판교 IC 초입의 서현동 수내동 이매동 등의 고층아파트와 빌라촌들. 그러나 지난해 평당 1,5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의 입주가 이어지며 정자동이 분당 최고급 주택가의 명성을 이어받았다. 이곳 '정자동 벨트'에는 현재 로얄팰리스(750세대), 현대아이파크(1,071세대), 삼성아데나팰리스(230세대), 삼성미켈란쉐르빌(803세대), 두산위브(656세대)의 입주가 마무리된 상태다. 파크뷰(1,829세대)를 비롯,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동양파라곤(344세대), 삼성아데나루체(259세대), 두산위브파빌리온(1,519세대), 2007년 입주 예정인 스타파크(80세대)를 포함하면 모두 10여개 단지 8,000여세대 2만여명의 주민이 모여 살게 된다. 명실상부한 전국 최대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단지로 탄생하는 셈이다.
정자동이 분당의 최고급 주택지로 떠오르게 된 요인은 여러가지다. 탄천을 끼고 있다는 점,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및 판교 IC와의 접근성 등 편리한 교통·생활환경은 물론이고 판교 신도시와 인접해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중대형평의 경우 80% 이상이 서울 강남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라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분당 속의 작은 강남'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입주민들의 프라이드 역시 대단하다. 주변도로의 교통상황을 집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폐쇄회로화면(CCTV), 세대별 지문인식 출입문, 넓은 주차공간 등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못지 않은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인근 서현동에 살다 지난해 6월 이곳으로 이사온 김향귀(50·여)씨는 "겹겹의 보안으로 치안 걱정을 떨친 지는 오래됐고 올초에는 초·중학교의 신설로 교육문제마저 해결됐다"며 "단지내에 세대별 커뮤니티, 취미별 커뮤니티 수십개가 만들어지는 등 주민들의 일체감도 유별나다"고 전했다.
술렁이는 상권, 업체들 공격마케팅
현재 정자동 벨트의 입주는 절반 가량 이뤄진 상태. 파크뷰의 입주가 끝나면 전체의 70% 정도가 입주하는 셈이다. 고소득층인 이들 입주민들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백화점, 자동차 영업소, 금융기관, 대형체육시설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주변 상권이 술렁이고 있다.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분당지역 백화점들은 공격적인 VIP 마케팅으로 이들을 붙잡아 이참에 불황을 타계하겠다는 심산이다. 롯데백화점과 삼성플라자 모두 세대별로 VIP용 할인권, 연간 무료주차권과 침구류, 수입가구류, 명품 패션, 유기농산물 등 웰빙상품에 대한 할인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각 금융기관의 입주러시도 한창이다. 이미 입점한 우리, 기업, 하나, 신한, 국민은행에 이어 이달 농협과 제일은행이 새로 들어오면 전국의 시중은행이 정자동에 모두 모이게 된다. 김성엽(42) 하나은행 백궁지점장은 "이곳 고객들은 대부분 집 2,3채 상가 한 두채 정도를 굴릴 수 있는 자산가들"이라며 "은행들마다 서울 강남권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했던 대표주자들을 속속 파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현재 국내자동차회사의 영업소는 삼성자동차가 유일하지만 기아와 현대도 연내 정자동 영업소를 개설, 판매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렉서스, 벤츠, BMW, 사브, 폭스바겐, 볼보 등 외제차 수입상들도 마찬가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승행사, 렌터카 서비스 등 판촉경쟁에 돌입했다.
건강이 최대관심사인 입주민들을 겨냥한 피트니스 클럽, 스포츠센터의 움직임도 이에 못지않다. 지난 3월에는 찜질방, 피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 등이 망라된 8층 규모의 초대형 종합스포츠센터가 문을 열었고, 다음달말에는 파크뷰 단지 내에 4,000평 규모의 최고급 피트니스 클럽이 개장한다. 남지연(54) 다운타운레포츠 부회장은 "파크뷰의 입주에 대비해 골프 연습장에 미여자프로골프(LPGA) 출신 티칭프로 2명을 새로 영입했다"며 "올 하반기 30% 정도의 매출신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빈약, 혼잡 예고
정자동 벨트의 대중교통시설은 비교적 빈약한 편이다. 노선버스 및 마을버스가 아직까지 부족해 주민들은 분당선 정자역과 수내역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분당∼수서간 고속도로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정자동 벨트의 인구증가로 분당 남부 및 용인 죽전지역의 정체현상은 이미 가중되고 있다.
시티 공인중개사 이성우(48) 대표는 "서울 송파나 수서에서의 정체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2009년 정자∼판교∼서울 양재∼강남을 잇는 신분당선이 완공되면 이런 우려를 떨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분양가 고공행진속 주택거래신고 '무풍' 노른자위 '0순위'로
'정자동은 분당의 노른자위 중 노른자위'
정자동 벨트가 분당 최고가 아파트 지역으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기존 분당의 아파트와 가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거래신고제 등 정부의 강력한 아파트가격 억제정책의 후폭풍에서도 정자동 벨트는 예외지대다.
서현동 이매동 수내동 등 분당의 기존 고급 아파트들의 시세는 평당 1,300만원∼1,700만원선. 그러나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들은 이들보다 평당 100만∼400만원 높게 형성돼 있다. 특히 이달말 입주가 시작되는 파크뷰는 정자동 주상복합 아파트 시세를 좌지우지하는 '블루칩'으로 꼽힌다. 평당 2,000만∼2,100만원대의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평당 3,000만∼3,500만원대인 강남 타워팰리스 등 전국 최고급 아파트가격의 70%선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신영로얄팰리스 삼성미켈란쉐르빌 등은 평당 1,800만원선, 현대아이파크 삼성아데나팰리스 등도 1,7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분당의 기존 아파트들은 주택거래신고제의 여파로 거래가 실종돼 시세가 다소 하락하고 있는 반면 이곳 주상복합아파트들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자금 여유가 있는 소유주들이 굳이 떨어진 가격으로 아파트를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초에 비해 정자동 벨트의 주상복합 아파트 시세는 10% 이상 뛰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로얄팰리스 공인중개사 유한철(45)대표는 "상업지구 입지, 판교신도시 입주 등 정자동 벨트는 앞으로도 가격상승의 호재가 많다"며 "파크뷰 입주를 계기로 완만히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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